유류비·보험료 폭등하는데…호르무즈 갇힌 韓 선사들 '한숨'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4.20 14:11  수정 2026.04.20 14:11

호르무즈 못 벗어난 국적선 26척…"사실상 고립 상태"

하루 손실액만 21억원 달해…국내 해운 업계 피해 눈덩이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하고 있는 유조선과 화물선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봉쇄 해제와 재통제가 반복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선언한 휴전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한국 국적 선박 26척도 여전히 해협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인근 해역에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해운 업계는 “사실상 고립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몰타 선적의 유조선 ‘오데사호’는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와 현재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중동 사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나 국내로 향하고 있는 첫 유조선으로, 일각에서는 통항 정상화 기대감도 제기됐다.


다만 업계는 이를 제한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선사가 여전히 운항 재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선박은 이란의 호르무즈 전면 개방 선언 직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이란이 해협 재통제에 나서면서 대부분의 선박은 관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20% 가량이 지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해협 통항 여부가 수시로 번복되는 등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해협이 물리적으로 열리더라도 선사와 보험사가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면 실제 운항 정상화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고립은 국내 해운 업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적용되는 전쟁위험보험료는 평시 대비 최대 10배까지 치솟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 보험료 상승률은 최소 200%에서 최대 1000%에 달한다.


일부 선사들은 우회 항로를 검토하거나 후속 선박을 투입해 화물을 분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우회 항로는 운항 기간이 길어지고 연료비 부담이 커지는 데다 보험료와 안전 리스크도 여전해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형 선사들도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HMM 등 주요 선사들은 선박과 선원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소 선사들은 비용 부담이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고 호소한다. 해상에서 대기하는 동안 용선료와 유류비, 보험료, 선원 인건비 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다.


한국해운협회 추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국내 선박들의 하루 손실액은 약 21억원 수준이다. 선박 26척 기준 용선료와 전쟁보험료, 유류비, 위험수당 등이 매일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선사 8개사의 경우 운항 차질과 각종 추가 비용을 합쳐 하루 5억8000만원가량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류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제 선박유 가격(싱가포르 선박유 기준)은 전쟁 발발 전 평균 톤당 513달러에서 최근 937달러로 82.7% 급등했다. 선박이 장기간 대기하거나 우회 항로를 택할수록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계속 번복되며) 호르무즈가 열렸는지 닫혔는지 여부도 제대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변 선사들도 해협을 나가는 등 최대한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은 “전쟁 추가 보험료가 평시 대비 10배 이상 폭등하고 용선료 등 고정비 지출이 누적되는 상황은 개별 선사, 특히 중소 선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정부 차원의 긴급 운영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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