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하루 남았는데…韓 선박, 한 척도 못 빠져나왔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4.20 11:18  수정 2026.04.20 11:18

2주간 휴전 마지막 날 D-1

휴전 기간 해협 개장·봉쇄 반복

한국 국적 선박 26척 꼼짝 못 해

“선원들 정신적 고통 커, 심리 치료 필요”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정박하고 있다.ⓒAP/연합뉴스

휴전을 선언한 2주 전만 해도 기대가 컸다. 결과적으로 기대는 절망이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26척의 한국 선박은 휴전 기간 단 한 척도 인도양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직접 비판하면서 이란과 물밑 접촉에 힘을 실었음에도 한국 선박은 여전히 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체결한 중동 전쟁 휴전 협상 약속 시간인 2주가 흐르고 있다. 휴전 연장, 나아가 종전을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미국은 휴전 기간 오만만에서 이란 국적 화물선을 공격해 나포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행위는 휴전 협정 위반이라며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선언한 직후에만 하더라도 희망이 보였다. 실제 유조선 10여 척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선박도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곧바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이 이란 선박과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지 않았다’며 호르무즈 재봉쇄를 발표했고, 실제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 등을 공격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우리 선원들의 해상 생활도 5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식료품 등은 크게 부족하지 않지만, 전쟁의 공포 속에 배 위에서의 생활이 하염없이 길어지면서 심리적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전정근 HMM 해원연합노조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호르무즈 상황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날마다 평화 국면과 전쟁 재개 상황이 반복되면서 미국과 이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선원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향후 평화 국면이 조성돼 해협을 개방해도 과연 통항을 제대로 시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 위원장은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과 현장 상황은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휴전이 됐다고 했을 때도 전투기와 미사일이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외무장관이 통항을 재개한다고 했는데 혁명수비대는 노(No)라고 하니 누구 얘기를 들어야 하는지 당황스럽다”며 “특히 선원들은 휴전이 끝나면 대규모 공습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걱정”이라고 전했다.


휴전이 끝나면 선박들이 어디서 정박하느냐도 문제다. 현재는 즉시 통항하기 위해 해협 주변에 전진 배치돼 있다. 다시 전쟁이 벌어지면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호르무즈 안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나마 의식주 문제는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으로 크게 부족하거나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해양수산부가 그래도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다”며 “다만 선원들이 심리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니 원격 심리 상담 같은 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 선원들이 배에 갇힌 지 50일가량 되는데, 그래도 코로나19 때 1년 가까이 배 위에서 고생한 경험도 있어서 아직은 버틸 여력이 있는 것 같다”며 “국민도 우리 선원들이 대한민국 물류와 산업을 지탱하는 최전선에서 지금 고초를 겪는 걸 알아주시고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해운과 물류에 관한 관심과 (지원)수준을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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