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힘은 결국 새로운 이야기에서 나온다"
"알려진 브랜드 IP만 만든다면 결국 동력이 바닥날 것이다. 관객에게 시각적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어떤 형태든 우리는 더 많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이야기해야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돌비 콜로세움에서 열린 시네마콘(CinemaCon) 무대에서 한 말이다. 신작 오리지널 SF 스릴러 '디스클로저 데이' 예고편을 공개하는 자리였지만, 그의 발언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속편과 리부트 일색의 할리우드 전체를 향한 경고로 읽혔다.
ⓒ유니버설 픽쳐스
현재 할리우드는 말 그대로 프랜차이즈 홍수 속에 있다. 2024년에는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박스오피스 상위 10편이 속편·리메이크·프리퀄 등 기존 IP 기반 작품으로만 채워졌다. 2025년에도 미국 박스오피스 상위 10편 가운데 오리지널 작품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시너스: 죄인들' 한 편이며, 나머지 9편은 속편·리메이크·리부트·게임 원작 등 기존 IP 기반 작품이었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토이 스토리 5',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dune: 파트3', '어벤져스: 둠스데이' 등 익숙한 IP가 기대작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영화 관람료의 상승과 OTT 플랫폼의 범람 속에서 실패하지 않을 선택을 하려는 관객의 경향과 수천억 원의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검증된 팬덤에 기대는 스튜디오의 안전주의가 고착화된 결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스필버그는 이러한 성공 공식이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창의적 동력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며 관객을 극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힘은 결국 본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로 그 틈새를 스티븐 스필버그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정면으로 파고든다.
스필버그의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 지성체의 존재와 정부의 은폐 음모를 다룬 SF 스릴러다. 그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쥬라기 공원'의 각본가 데이비드 코엡이 시나리오를 썼다. 에밀리 블런트, 조쉬 오코너, 콜린 퍼스, 콜먼 도밍고 등이 출연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대서사 액션 드라마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연기하며, 앤 해서웨이, 톰 홀랜드, 젠데이아, 로버트 패틴슨 등이 가세했다. 광활한 자연과 끝없는 항해, 대규모 전투와 신들의 시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련이 이어지는 이 대장정은 인간의 의지와 운명, 그리고 귀환의 의미를 장엄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기술적으로도 사상 최초로 전편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기존 프랜차이즈에 기대지 않은 오리지널이며, 오스카 수상 경력의 거장 감독이 진두지휘한다는 점이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유니버설 픽처스를 통해 배급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스필버그가 시네마콘에서 유니버설의 45일 극장 독점 기간 확대를 공개 칭찬한 맥락과도 겹친다.
'디스클로저 데이'와 '오디세이'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작품의 완성도 기대감 때문만이 아니다. 이 두 편이 2026년 오리지널 영화의 상업적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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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5년 박스오피스 상위 10편 중 유일한 오리지널이었던 '시너스: 죄인들'는 프랜차이즈 없이도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10위권 밖에서도 신호는 있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F1: 더 무비'는 기존 IP도, 속편도 아닌 오리지널 작품으로 전세계 6억 3400만 달러를 거두며 애플 오리지널 필름스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됐다. 속편이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도 오리지널의 빈자리를 관객이 기다리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OTT 환경에서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된 지금 극장은 단순한 상영 공간을 넘어 처음 경험하는 이야기를 제공하는 장소로 기능해야 하며 예측 불가능한 세계관과 최초 관람의 감각이 관객의 발길을 돌리는 핵심 동기가 된다. 현재 산업은 안전을 택했고 관객은 그 안전을 소비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움을 갈망하는 모순적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균열 속에서 스필버그와 놀란이 꺼내든 카드는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할리우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로 읽힌다. 만약 다가올 여름 이들의 시도가 실패한다면 할리우드는 IP 의존 구조가 심화되겠지만, 성공한다면 오리지널 서사의 유효성을 다시 증명하며 새로운 제작 흐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영화계의 이목이 이 거장들의 손끝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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