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토크 대신 퍼포먼스로 가득 채운 무대…라이브 아쉬움 속 후반부 라이브 존재감은 또렷
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가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의 앙코르 무대에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짚고, 곧 공개될 첫 정규앨범의 문을 열었다. 엔시티 뉴팀의 시작점부터 데뷔, 투어를 통한 성장, 그리고 정규 1집으로 향하는 다음 챕터까지 한 무대 안에 압축한 공연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인투 더 위시 : 아워 위시’(INTO THE WISH : Our WISH) 앙코르 공연 마지막 날, 여섯 멤버는 팬들과 함께 걸어온 시간을 무대로 풀어냈다. 오프닝부터 엔시티 위시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중앙의 별 모양 스테이지에서 올라온 멤버들은 흰색 트위드 의상을 입고 오프닝 퍼포먼스를 펼친 뒤 ‘스테디’(Steady), ‘베이비 블루’(Baby Blue), ‘송버드’(Songbird)를 연달아 선보이며 초반부터 공연장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재희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 ‘스케이트’(Skate), ‘온 앤 온’(On & On), ‘고양이 릴스’(Reel-ationship)가 분위기를 이어갔다. 특히 ‘고양이 릴스’ 무대 VCR에는 고양이 이미지를 연결한 연출이 더해져 곡의 결을 한층 또렷하게 만들었다.
이날 멤버들이 가장 여러 번 꺼낸 말은 성장이었다. 시온은 “6개월 동안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벌써 마지막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 콘서트가 끝나면 새로운 콘서트가 생기니까 함께해주실 거죠? 오늘 마지막인 만큼 진짜 재밌게 놀아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리쿠는 “1회차는 진짜 긴장했다”고 했고, 시온도 “들어가기 전부터 다들 표정이 굳어 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유우시는 “그래도 풀리고 재밌게 논 것 같다”고 했고, 리쿠는 “오늘은 덜 긴장했다. 오프닝 때 시온이 형과 눈 맞추며 안무를 했다. 성장했다”고 웃었다.
실제 무대에서도 첫 투어 때보다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 읽혔다. 기존 공연과 달라진 안무와 의상,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호흡, 팬 반응을 받아치는 타이밍까지 모두 앙코르다운 변주가 들어갔다. 시온이 크롭 의상을 입고 등장하자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고, 그는 “옷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웃었다. 팬들의 함성이 이어지자 “함성이 크면 (벗는 걸) 살짝 고민해보겠다”고 받아치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보컬 면에서는 재희가 중심을 잡고 료가 이를 받쳐주는 구도였다. 여기에 시온과 사쿠야의 파트가 힘 있게 터지면서 라이브의 입체감을 살렸다. ‘위시풀 윈터’(Wishful Winter) 한국어 버전, ‘퍼 어웨이’(FAR AWAY), ‘디자인’(Design)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공연의 감정선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디자인’ 이후에는 물이 깔린 사이드 무대에서 아웃트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성숙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후 ‘위 고!’(We Go!), ‘핸즈 업’(Hands Up), ‘위시’(WISH)를 한 호흡으로 묶어내며 ‘엔시티 뉴팀’ 시절의 발매곡부터 정식 데뷔곡까지를 관통했다.
이번 공연의 핵심은 엔시티 위시의 서사를 무대 안에 유기적으로 배치했다는 데 있었다. 기존 큐피드 세계관과 트레일러를 잇는 VCR에서 검은 날개를 단 멤버들이 등장하고, ‘엔시티 위시 2.0으로 업그레이드하겠냐’는 화면을 누르자 새로운 문이 열리는 식의 연출이 이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
‘멜트 인사이드 마이 포켓’(Melt Inside My Pocket) 이후에는 20일 공개되는 정규 1집 수록곡 ‘스티키’(Sticky) 무대가 선공개됐다. 무대 직후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리쿠는 “스티키 연출이 신기하지 않냐. 시온이 형이 큐피드가 돼 멤버들에게 화살을 겨누는 모습이 새로운 위시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후반부는 공연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구간이었다. ‘치트 코드’(Cheat Code), ‘팝팝’(poppop), ‘나사’(NASA), ‘추추’(CHOO CHOO), ‘비디오후드’(Videohood), ‘컬러’(COLOR)가 이어지며 엔시티 위시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빠른 에너지가 몰아쳤다. 그러면서도 팬들과 가까이 호흡하려는 연출은 계속됐다. ‘실리 댄스’(Silly Dance), ‘헬로 멜로우’(Hello Mellow)에서는 거리감을 줄인 무대 구성이 돋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앙코르의 시작은 정규 1집 타이틀곡 ‘오드 투 러브’(Ode to Love)였다. 큐피드 날개를 단 유우시로 시작해 큐피드를 연상시키는 의상의 멤버들이 무대를 이어갔다. 이전 공연에서는 구름 모양 공중 그네를 탔다면, 이어 ‘위츄’(WICHU), ‘메이크 유 샤인’(Make You Shine), ‘피 오 브이’(P.O.V), ‘아워 어드벤처스’(Our Adventures)로 흐름을 이어갔다.
무대가 끝날 무렵, 멤버들은 이번 투어가 남긴 의미를 차례로 전했다. 사쿠야는 “벌써 30번이 넘는 공연을 해왔다.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고 모두 저희의 소중한 추억”이라며 “오늘 끝나도 다음 공연이 있으니까, 많이 아쉬워하기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료는 “공연 중에도 스케줄이 바빴던 때가 있었지만 시즈니에게 너무 힘을 얻었다”며 “이런 콘서트 자리를 통해 다시 팬들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걸 체감하게 된다”고 했다. 리쿠는 “이번 투어를 통해 많이 성장했고, ‘로그 인’ 투어보다 시즈니와 더 많이 놀 수 있게 된 게 가장 크게 얻은 점”이라고 돌아봤다.
특히 시온의 멘트는 이날 공연의 감정을 가장 응축해서 보여줬다. 그는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팀의 분위기를 지탱해온 관계를 설명했다. 막내 사쿠야에게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미워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사랑스럽다”고 했고, 료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아져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 친구”라고 말했다. 재희에겐 “표현을 가장 많이 하는 친구”라고 했고, 유우시에겐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밝게 잘 지내줘서 고맙다”고 했다. 리쿠에 대해서는 “항상 서슴없이 칭찬해주는 멤버라 자신감을 잃지 않고 활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리쿠는 시온을 향해 “최고의 리더”라고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시온은 팬들에게 “오늘 시간과 돈을 다 써서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스탠딩도 거의 3시간 넘게 보느라 힘들었을 텐데 열심히 즐겨줘서 감사하다”며 “사랑이 커지면 불안한 마음도 같이 커질 수 있는데, 저도 그렇고 멤버들도 그렇고 시즈니 옆에 계속 있을 테니까 언제든 놀러 와달라”고 말했다.
엔시티 위시는 팬들과 함께 지나온 시간을 공연 안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오드 투 러브’라는 다음 장을 자연스럽게 얹었다. 이날 공연은 엔시티 위시가 첫 단독 콘서트의 끝을 장식하는 무대이면서도, 동시에 첫 정규 1집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됐다.
KSPO DOME으로 무대가 넓어진 것도 공연의 인상을 바꿨다. 사방으로 뻗은 무대 동선을 활용해 스탠딩과 좌석 곳곳의 팬들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전 공연보다 팬들과 훨씬 적극적으로 시선을 맞추고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강했다. 다만 스탠딩 구역 상당수 관객이 스마트폰을 들고 무대를 촬영하는 분위기였고, 최근 같은 공연장에서 열린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비교하면 함성은 다소 약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요즘 대형 공연장의 일반적인 풍경이기도 하지만 공연의 열기는 아직 더 커질 여지가 있어 보였다.
라이브 밸런스도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10월 진행한 투어 첫 공연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AR 비중이 더 커진 듯한 인상이 강했다. 재희의 고음이나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멘트성 파트를 제외하면 초반부에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 구간이 적지 않았다. 반면 ‘팝팝’(poppop) 등 후반부 곡들로 갈수록 라이브가 비교적 선명하게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팀의 강점은 분명했다. 다른 그룹들에 비해 토크 타임은 앙코르 전 두 차례 정도로 짧은 편이었고, 대부분의 공연은 퍼포먼스로 채워졌다. 그런데도 멤버들은 힘들어하는 기색을 크게 드러내지 않은 채 끝까지 에너지를 끌고 갔다. 말보다 무대로 자신들을 설명하는 팀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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