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회로 없이 자기장·전력 조절로
5GHz 이상의 주파수 빠르게 제어
차세대 저전력 반도체 등 활용 기대
(왼쪽부터)유무진 박사후연구원, 김갑진 교수, 박민규 연구교수.ⓒ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전자 대신 자석의 미세한 진동으로 신호를 처리, 주파수를 바꿀 수 있는 원리를 발견했다.
고사양 게임이나 장시간 영상 시청 시 스마트폰이 뜨거워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해 향후 발열이 적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스마트 기기, 초저전력·고속 컴퓨팅 구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 연구팀이 자석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진동인 스핀파(Spin wave)를 활용해 나노 크기에서 신호의 속도(주파수)를 크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이 진동은 마그논(Magnon)이라는 단위로 설명된다.
이번 성과는 기존 전자를 이용한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아주 작은 크기에서도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신호 제어 방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이 사용한 소재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은 자성 물질을 여러 겹 쌓아 만든 인공 반강자성체(SAF)다.
이 구조 안에서는 자석의 미세한 진동이 음향·광학 모드 등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특정 조건에서 이 움직임이 서로 갑자기 바뀌는 모드 변환 현상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는 기존처럼 신호의 상태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방식과 달리 특정 순간에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뀌면서 주파수가 함께 급격히 변하는 현상이다.
즉, 복잡한 회로 없이도 스핀파의 상태 변화만으로 신호의 주파수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연구 핵심은 이러한 모드 변환을 통해 주파수를 5GHz 이상 급격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라디오를 듣다가 버튼 하나로 채널을 완전히 바꾸는 것과 같은 효과다.
연구팀은 아주 작은 안테나를 이용해 전자기파 신호를 보내 자석 속에 미세한 진동을 만들어냈다.
이후 외부 전력과 자기장의 세기를 조절하자 진동의 속도가 일정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툭하고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스핀파의 기본 단위인 마그논이 하나에서 둘로 나뉘거나, 반대로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삼중-마그논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빠른 주파수 변화가 복잡한 전자 회로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신호의 세기만 조절해도 주파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장치 구조는 더 간단해지고 전력 소모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이 현상은 켜짐(1)과 꺼짐(0)을 구분하는 스위치처럼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방식의 반도체나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자석의 진동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스핀파 기반 정보처리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로 향후 초저전력 컴퓨팅과 고속 신호 처리, 전자 대신 스핀(자석의 성질)을 활용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스핀트로닉스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김갑진 교수는 “연구는 그동안 이론으로만 제시됐던 마그논 비선형 동역학, 즉 자석의 진동을 이용한 정보처리 원리를 실제 나노 소자에서 구현하고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 전자 대신 스핀파를 활용하는 새로운 정보처리 패러다임의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12일 게재됐으며 마그논 기반 비선형 동역학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룬 성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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