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가득 추임새…사람 냄새 밴 소극장 ‘다스름’ [공간을 기억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4.17 16:35  수정 2026.04.17 16:36

[다시, 소극장으로㊲] 경기 여주 아트스페이스 다스름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는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한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기도 여주시 소양로.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 미술가가 철제로 손수 제작한 소박한 간판이 관객을 맞이하는 곳. 지역 유일의 민간 소극장 ‘아트스페이스 다스름’이다. 연습실 매각 위기를 딛고 지역 예술인들의 땀방울로 빚어낸 이곳은 여주 시민들에게 예술적 일상을, 창작자들에게는 든든한 둥지를 내어주고 있다.


마땅한 무대 없던 설움 씻고 내 손으로 세운 ‘여주 1호’


과거 여주에는 전용 소극장이 전무했다. 다스름의 운영자이자 연출을 맡고 있는 정수석 극장장은 “당시 연극인들은 마땅한 무대가 없어 군민회관 지하 공간을 빌려 공연을 하곤 했어요. 큰 무대가 필요한 작품은 세종국악당에서 올렸는데 당시 여주군에서 운영하던 세종국악당도 크기만 중극장이지 음향이며 조명 시설이 워낙 열악해 극장의 역할을 잘 하지 못했어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뜻을 모은 이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지층 공간을 공사해 극장을 완성했다. 소방서에 직접 문의해 법령을 확인한 끝에 여주 1호 민간 공연장으로 정식 등록을 마친 정수석 극장장이 공간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곳은 조명과 음향을 조정하는 사무실이다.


“마음 맞는 친구가 우리 무대를 직접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여주도 이제는 소극장이 ‘필요한 시대’다 판단해 다들 어렵다는 코로나 시절 사부작사부작 왠만한 건 직접 공사해 가면서 완성했어요. 그래서 모든 곳이 애착이 갑니다. 여기저기 손벌려 조명기를 얻어오고 전기배선공사 후 컴컴한 극장에 조명이 들어오고 그 무대 위에 있을 배우들을 상상하던 그 날이 생각납니다.”


극장명인 다스름은 우리나라 전통 장단에서 이름을 따왔다. 경제학도였던 정 극장장이 연극의 길로 들어선 후 창단한 상주 극단 ‘나무젓가락’의 이름 역시, 자장면을 먹기 위해 나무젓가락을 분지르듯 배우와 스태프, 관객이 맞닿아 연대해야 한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했다.


“다스름, 나무젓가락이라는 이름 안에는 서로 마음을 맞춰 하나가 되어가는 즐거움의 과정이 깃들여져 있어요. 무대, 배우,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 객석의 관객 모두가 즐기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소극장 특유의 물리적 거리감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힌다. 다스름은 화려한 장치보다는 예상치 못한 무대 전환과 오브제 활용 등을 통해 비워둔 여백을 관객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간다.


“기대와 호기심으로 무장한 관객분들에게 예상치 못한 무대 전환과 오브제 활용 등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결국 관객의 상상은 무대 위 배우들 속에서 시작되며 공간의 의미도 그 속에서 시작되어지죠. 그 상상들이 뒤틀어지고 무대는 무한한 상상으로 확장되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연극은 그래서 배우의 예술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안방 드라마 보듯 추임새를”…아마추어와 프로 경계 허문 플랫폼


다스름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지역 사회의 예술적 교류를 이끄는 든든한 플랫폼이다. 무료 관람에만 익숙했던 여주 시민들은 이제 기꺼이 티켓 비용을 지불하고 극장을 찾는다. 객석에서는 안방에서 드라마를 보듯 활기찬 추임새가 터져 나오며 능동적인 관람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공연 때마다 느끼지만 관객들의 추임새가 장난이 아니에요. 어떨 때는 관객분이 객석에서 소곤소곤 다투기도 하시고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어느 날 공연이 끝나고 머리가 희끗한 어느 관객 한분이 ‘여주에서도 대학로에서 보는 연극을 보게되네’라고 하시고는 두 손을 잡아주던 날이 기억이 납니다.”


또한, 전문 전업 배우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두지 않고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타 예술가들이나 지역 커뮤니티와 협업할 때 내세우는 최우선 원칙은 오로지 ‘재미’다.


“소위 전업(전문배우)과 아마추어의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아마추어라는 분들이 전업보다 더 감동을 주기도 하죠. 예전에는 ‘돈이 되거나, 의미가 있거나, 재미가 있거나’ 였는데 지금은 ‘재미가 있어야’로 정리가 되더라고요.”


10년 뒤에도 그저 “재밌더라” 기억되는 낭만 공간이길


다스름은 매년 장애인과 함께하는 공연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으며, 올해는 미술 작가 및 전문 밴드 등 타 장르와 결합한 융합 작업을 새롭게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시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참여하는 여주 시민예술단과 연극협회를 창립하여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하겠다는 굵직한 목표도 품고 있다.


“결국은 예술과 상업은 행하는 사람들이 갖는 가치일 뿐 실제적으로는 아무런 의미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업에 몰두하고 항상 그것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것이죠. 재미있더라. 그 얘기를 듣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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