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부담에 유류할증료 급등, 물류비 상승 본격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현금 흐름 확보 시급…범정부 지원 必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 핵심 해상 운송로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 해운·조선·물류 산업 전반의 ‘위기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상 수송망 안정화를 위해 선박 금융 지원과 해양 안보 강화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에서는 최근 중동 사태가 국내 공급망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했다. 참석자들은 홍해 사태와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 이후 해상 물류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응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한국 선사가 운항하는 선박 26척이 고립돼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은 “세계 원유의 약 20%, 하루 2000만 배럴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세계 LNG 물동량의 20% 이상도 이 해협을 지난다”며 “우리나라 원유와 LNG 수입 상당 부분이 중동 항로를 통과하는 만큼 해상 운송 차질은 곧 국가 공급망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해운 업계의 비용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쟁 위험 보험료가 급등하고 선박 연료비와 용선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운항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중소 해운사부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유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해운 업계는 각종 할증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장금상선은 이달 초부터 한국에서 동남아시아와 남중국으로 향하는 화물에 긴급 유류할증료(EBS)를 도입했다. HMM 또한 최근 화주사들에 공문을 보내 다음달 1일 출항분부터 한국발 남중국향 긴급 유류할증료를 5배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선박 연료 수급 불안 관련 비용이 화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김 소장은 “긴급 운영자금 지원과 정책금융 확대, 전쟁 추가 보험료 지원, 선박 금융 상환 유예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해상 교통로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해상 교통로는 국가 경제와 안보의 혈관 같은 존재”라며 “우리나라는 무역 물동량의 대부분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주요 항로 차단 시 경제적 충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뿐 아니라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또 다른 초크포인트까지 위협 받을 경우 대체 항로 확보도 쉽지 않다”며 “청해부대 임무 확대와 우방국과의 다국적 해양 안보 협력, 위성 기반 해양 정보 체계 구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세호 산업은행 박사는 “물리적 이동 경로 변화는 선박 회전률을 저하시키고 보험료 같은 비정상적 비용 지출을 강요해 마진을 압박한다”며 “물류망 혼잡으로 인한 컨테이너 회수 불균형과 비용 선지급, 운임 정산 지연 등이 금융 압박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운전자금 신용한도 확충과 화주와의 비용 전가 협상을 통해 현금 흐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에서는 해운·조선 산업과 금융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상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는 우리 수출 물동량의 90% 가량을 책임지는 해운 업계에 직격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여파는 조선업과 선박 금융 분야까지 번지고 있어 자칫 산업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전쟁과 봉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경제의 대동맥이 끊기지 않기 위해선 정책적 금융 안전망 강화와 더불어 유연한 법제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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