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유방암 치료 변수 등장…'클론성 조혈증' 심독성 위험↑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4.17 13:00  수정 2026.04.17 13:00

영국 바이오뱅크·서울대병원 코호트 등 다층적 분석

치료 전·초기 고위험군 선별 단서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찬순 교수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트라스투주맙’의 심독성과 관련해 새로운 위험인자로 ‘클론성 조혈증(CHIP)’을 제시했다.


박준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고영일 혈액종양내과 교수(공동 교신저자), 류강표 박사와 박찬순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공동 제1저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와 서울대병원 코호트, 동물실험을 결합해 클론성 조혈증과 트라스투주맙 관련 심독성 간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트라스투주맙은 전체 유방암의 약 15~20%를 차지하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핵심적인 표적치료제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좌심실 수축 기능 저하나 심부전 등 심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안트라사이클린 병용 여부 등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치료 전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지표는 제한적이었다.


클론성 조혈증은 혈액줄기세포에 후천적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특정 혈액세포 집단이 증가하는 상태로, 최근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이 제기되며 새로운 위험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코호트 심독성 누적 발생률. 서울대병원 코호트에서 세 가지 심독성 평가 기준(A, B, C)으로 분석한 결과, 클론성 조혈증 양성군(검은선)의 2년 누적 심독성 발생률은 음성군(주황선)보다 높았다.ⓒ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연령 증가에 따라 빈도가 높아지는 클론성 조혈증이 트라스투주맙 관련 심독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두 개의 인체 코호트와 동물모델을 통해 ▲심부전 발생 위험 ▲심독성 발생률 ▲심장 수축 기능 변화를 분석했다.


영국 바이오뱅크의 유방암 환자 1만5729명을 분석한 결과, 클론성 조혈증이 있으면서 트라스투주맙에 노출된 환자군에서 심부전 위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준군 대비 보정 하위분포 위험비(sHR)는 4.57(95% 신뢰구간 1.85~11.29)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에서 트라스투주맙을 투여받은 유방암 환자 454명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2년 누적 심독성 발생률은 클론성 조혈증 양성군이 유럽심장학회(ESC) 기준 15.7%, 캐나다 트라스투주맙 워킹그룹 기준 19.9%, 심장검토평가위원회(CREC) 기준 20.9%로 나타나, 음성군(각각 5.0%, 10.8%, 11.3%)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변량 분석에서도 클론성 조혈증은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확인됐다(sHR 1.62~2.16).


동물실험에서도 같은 경향이 관찰됐다. 클론성 조혈증 관련 유전자(Tet2) 결손 모델에서만 트라스투주맙 투여 후 좌심실 박출률(LVEF)이 4.2% 유의하게 감소했다(P=0.03).


이번 연구는 인체 코호트와 동물실험을 결합해 클론성 조혈증과 트라스투주맙 심독성의 연관성을 임상·전임상에서 동시에 입증한 첫 사례다. 향후 치료 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클론성 조혈증을 평가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심장 모니터링 및 예방 전략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박준빈 교수(순환기내과)는 “트라스투주맙은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꼭 필요한 약제이지만, 치료 전에 심독성 고위험군을 정밀하게 가려내기는 쉽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클론성 조혈증이 환자별 심독성 위험을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만큼, 향후 맞춤형 심장 모니터링 및 예방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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