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겨냥해 '으름장' 놓는 삼성 노조…총파업 땐 '30조 증발' 경고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4.17 13:02  수정 2026.04.17 15:03

삼성 '무노조 시대' 사실상 종언…첫 과반노조 등장

노조 측 "고용노동부 통해 근로자 대표성 지위 확인"

위원장 "파업시 하루 손해 최대 1조, 18일간 파업"

17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삼성전자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이 등장하며, 삼성그룹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17일 "오늘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창사 이래 최초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달성했음을 선언한다"며 "법적 근로자 대표로서 진정한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이재용 회장이 직접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제 더 이상 회사가 일방적으로 운영해 온 노사 협의회가 근로자를 대표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오직 초기업 노조만은 12만8000명의 삼성전자 직원을 대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과반노조 지위와 함께 근로자대표 권한 확보를 공식화했다. 조합원 수는 2025년 9월 이전 6000여명에서 7개월 만에 7만5000여명으로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2월 고용노동부에 관련 질의서를 제출해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지위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재용 회장을 향해 "이재용 회장님에게 고한다"면서 "과거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파행적인 노사 관계의 책임은 회장에게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단 한차례 노동조합과 대화의 자리를 한 적이 없다"며 "초기업 노조는 이제 법적 근로자 대표로서 진정한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서 회장님이 직접 밖으로 나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현재 노조와 사측은 서로를 향한 견제와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며 전면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의 이견이 법적 대응으로 번지며 갈등의 성격도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노조의 위법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청 대상에는 노조법이 금지하는 안전보호시설 운영 방해, 장비 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 중단, 생산라인 등 주요 시설 점거,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 등이 포함됐다.


이번 신청은 5월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라인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대응으로 읽힌다. 반도체 사업장은 전력 공급시설과 화학물질 공급, 배기·배수, 방재시설이 정상 유지되지 않으면 화재·폭발·누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메모리 생산라인은 전원 차단 이후 재가동 과정이 복잡해 공정 정상화에 수개월이 소요돼 최대 10조원대의 손실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18일간 하루에 1조, 최고 20조에서 30조원의 피해가 사측에게 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위법한 쟁의 행위를 피해 정당한 절차를 걸쳐 파업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깃발ⓒ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라는 요구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성과급을 경영진 재량이 아닌 제도화된 배분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오는 23일 대규모 결기대회에 이어 5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이 같은 요구를 시장이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에 적용할 경우 규모는 단숨에 커진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재원만 약 45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한 보상 수준을 넘어 이익 배분 구조 전반을 둘러싼 충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첫 노조가 설립된 이후 과반수 노조가 없어 매년 임금 교섭을 개별로 진행해왔다. 만약 초기업 노조 등이 근로자대표로 인정받는다면 내년 임금·단체협약 교섭 구조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근로자대표로 인정될 경우 노조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 등 핵심 의사결정에도 참여하게 된다. 과반 노조 달성은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사례가 된다.


한편, 노조는 향후 과제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차단, 조합원 중심 노사협의회 구성, 협상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유니온숍 도입을 통해 신규 입사자까지 노조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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