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여잡은 박상현, 끝까지 놓지 않은 ‘골프 매너’

강원 춘천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4.17 10:09  수정 2026.04.17 12:45

경기 전 허리 부상 찾아왔음에도 1라운드 완주

2라운드 시작 전 동반자 직접 찾아 양해 구해

허리 부상으로 2라운드 시작 전 기권한 박상현. ⓒ KPGA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역대 최다 상금 보유자인 박상현(43, 동아제약)이 신사의 스포츠 골프에서 더할 나위 없는 매너를 선보였다.


박상현은 17일 강원 춘천에 위치한 라비에벨 골프앤리조트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21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2라운드를 앞두고 기권을 선언했다.


전날 1라운드서 이글 1개를 비롯해 버디 2개, 그리고 보기 3개, 더블 보기 1개 등 심한 파고를 겪으며 1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선두 그룹(5언더파)과는 타수 차이가 크지 않았기에 포기할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박상현은 지난 2022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 누구보다 이 곳 코스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른 선수였다.


박상현의 기권 사유는 ‘허리 부상’이다.


실제로 박상현은 전날 1라운드 시작 전부터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경기 도중에도 수시로 허리를 부여잡으며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박상현은 1라운드를 완주하며 높은 프로 의식을 선보였다.


그러나 다음 날, 박상현은 더는 티잉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기권을 선언하기 위해 대회 본부 2층까지 가지도 못한 채 스코어 접수처에서 더는 뛰지 못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후 박상현은 10번홀로 이동, 동반 라운드가 예정됐던 함정우, 김홍택을 찾아 미안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기권한 선수가 직접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은 매우 보기드문 장면이다.


허리 부상으로 2라운드 시작 전 기권한 박상현. ⓒ KPGA

박상현의 상태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상현은 “이전에도 허리가 안 좋았는데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통증을 못느낄때도 있었고 개막전까지 이렇게 심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암, 공식 연습일때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플레이 하다보면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함정우, 김홍택에게 직접 양해를 구한 이유도 설명했다. 박상현은 “우선 플레이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하는 것이 맞고 골프장에 왔으면 끝까지 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동반 선수들, 협회 관계자 분들께 예우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으로 인사를 했고, 양해를 구한 뒤 기권했다”라고 밝혔다.


골프의 품격을 지킨 박상현의 복귀는 언제쯤일까. 그는 “정확하게는 아직 모르겠다.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 받아 복귀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상현은 KPGA 투어 통산 14승을 달성한 '살아 있는 레전드'이며 지금까지 58억 9372만원을 벌어 들여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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