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뮤지컬 '긴긴밤' 이어, 이번달 영화 '내 이름은' 관극
'문화가 있는 날' 매주 수요일 확대 개편
최근 대통령의 문화예술 행보가 관련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을 찾은 데 이어 최근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독립 영화를 관람하며 이른바 ‘대통령 프리미엄’을 입증했다. 이러한 행보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문화가 있는 날’ 확대 개편 등 정책적 도구와 결합하며 문화예술 향유의 시스템화를 견인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의 관극 행보가 지닌 실질적 효과는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18일 대통령이 대학로에서 관람한 창작 뮤지컬 ‘긴긴밤’은 관람 직후 공연예술 통합전산망(KOPIS) 연극·뮤지컬 통합 박스오피스 순위가 급상승했다. 당초 예정된 폐막일을 넘겨 4월 5일까지 연장 공연을 확정한 것은 대통령의 방문이 대중적 인지도를 확산시키고 실제 예매로 이어진 결과다.
‘긴긴밤’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창작동화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2024년 초연과 앙코르 공연에 이어 이번 재연에 이르기까지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위로와 동행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그런데 대통령 부부의 방문 이후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라는 사회적 인장까지 얻으면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자생력을 증명했다. 이 방문은 이달부터 매주 시행으로 확대되는 문체부 정책 ‘문화가 있는 날’을 알리기 위한 일정이었다.
영화계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측된다. 지난 15일 대통령이 시민 165명과 함께 관람한 영화 ‘내 이름은’은 개봉 첫날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대통령의 관람 소식이 전해지며 포털 사이트 내 관련 검색량이 급증했고, 이는 독립 영화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이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제작진을 격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작품의 사회적 가치가 대중적 신뢰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러한 ‘대통령 프리미엄’의 파괴력은 현장의 목소리로도 확인된다. 지난 16일 진행된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프레스콜에서 제작진은 대통령의 관람을 희망한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이는 대통령의 방문이 해당 작품의 홍보 마케팅을 넘어, 작품이 지닌 공익성과 대표성을 국가적으로 공인받는 지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K-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대통령의 관람은 강력한 국가 브랜드 기반의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의 관극 행보가 만든 화제성을 정책적 실효성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4월부터 시행된 ‘문화가 있는 날’의 매주 수요일 확대 개편이 대표적이다. 이는 월 1회 실시하던 할인 혜택을 주 1회로 늘려, 특정 시기에만 관객이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평일 관람을 일상적인 문화 습관으로 안착시키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해당 정책이 평일 소극장과 독립 영화관의 관객 유입 경로를 더욱 다양화할 거라는 기대를 보인다. 특정 작품으로의 쏠림 현상보다는, 대통령이 찾은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공연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제고하는 ‘메기 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것이다. 특히 이는 주말에 편중된 공연 매출 구조를 분산시켜 창작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거란 바람도 내비쳤다.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는 K-컬처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비전과 맞닿아 있다. 이는 과거의 전시성 행정이나 일방적인 지원 방식을 탈피하고, 창작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관객의 향유권을 보장하는 건강한 시스템을 정착시키려는 시도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대통령의 관극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정책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실무적 행보로 해석된다.
한 대학로 소극장 대표는 “대통령 프리미엄으로 촉발된 특정 작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매주 수요일’이라는 제도적 안착을 통해 전 국민의 관람 습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현재 하고 있는 문화 행보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결과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창작 현장의 자율성과 관객의 일상적 참여가 공존하는 시스템이 정착했을 때 비로소 K-컬처가 자생력을 갖춘 하나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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