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 눈으로 보는 ‘명인’의 행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4.17 07:07  수정 2026.04.17 08:18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명인(名人)’의 풍모를 풍긴다. 지난 10일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 운운이 단순 말실수가 아니라 깊은 국가 전략적 고려였음을 늦게나마 깨닫는다. ‘오목(五目)’을 겨우 두는 필자의 수준에서 명인의 언저리나마 곁눈질해 본다.


한 마디로 김정은과 뭔가 해보려는 포석이다. 두 마디로 시진핑 주석을 움직이려는 예물이다.


이재명은 정말로 대단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사선을 넘고 법망을 건너뛰며 충분한 자질이 있음을 자신은 확신한다. 보수는 물론이고 ‘자칭 진보’ 대통령도 뛰어넘고자 한다.


영어의 몸이 되었거나 된 보수의 세 대통령과 비교조차 싫어하지만 그들이 한때나마 가졌던 국민적 환호도 질투하고 넘어서려 한다.


코스피 5000을 넘어 6000 돌파와 ‘비상경제 대응체계’ 가동으로 경제 능력을 보여주고 ‘고유가 피해지원금’으로 단장한 퍼주기로 남녀노소 국민 전반으로부터 인기를 얻고자 한다. 버터 향 팝송이 아니라 드럼 치기로 음악적 재능을, 국익을 위해 뭐라도 할 수 있음도 뽐낸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인데 어쨌든 두 사람은 북한 독재자와 만났다. 그걸 넘어야 한다. 임기 말에 만나 만난 자체에 의미를 둔 노 대통령에게 할 말은 있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어떤 후과를 가져올지 너무도 잘 아는 이재명이다.


남은 대상은 문재인이다. 김정은을 세 번이나 만났고 15만 평양 시민 앞에 격정의 연설을 하고 어떤 영문이었건 말년에 김정은으로부터 존경한다는 서신도 받았다.


김정은이 거듭 보수는 물론이고 ‘자칭 진보’ 대통령과 정부를,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싸잡아 비난하고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가”겠다며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주원인 중의 하나가 분명히 문재인인데, 그 문재인은 반성·자숙은커녕 오히려 존재감 부각, 성과 자랑을 멈추지 않는다.


이재명은 문재인을 원망했다. 그의 길에 꽃가루를 뿌려주기는커녕 초를 쳤다. 지난 2018년 평양 정상회담 방문단에 배제된 것이다.


어찌 되었든 문재인을 넘어서야 한다.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자 한다. 기회가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방중이다.


트럼프도 다급하다, 김정은을 만나야 한다. 11월 중간 선거 전에 김정은과 함께 작품을, ‘쇼’를 펼치고자 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평양을 방문해 최선희 외무상(4월 9일)과 김정은(4월 10일)을 만나 “호상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정세문제들”에 의견을 나누었다. 뭔가 익어가는 북·중 관계, 굳어가는 북·중의 대미 관계다.


이재명이 숟가락을 얹어야 할 순간이다.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정은과 시진핑의 환심을 사야 한다. 이스라엘 비판이, ‘보편적 인권’ 언급이, ‘매국노’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때릴 수는 없다. 이념적으로 불신을 받고, 중국과 줄타기하려는 이재명을 트럼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거듭되는 군사적 동참 요청에도 반응하지 않던 이재명이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다간 어떤 대가가 몰아칠지...


대신 이스라엘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재명은 김정은과 시진핑에 동조한다는 듯 보이려 한다.


이스라엘의 대중동 정책, 이스라엘·미국의 연합 군사적 조치를 시진핑과 김정은은 비판해왔다. 특히 김정은은 하루가 멀다고 이스라엘 비난을 내보낸다.


이재명의 “전시 살해” 언급 전후만 해도 ‘조선중앙통신’의 기사 제목 “레바논에서 계속되는 이스라엘군의 살육만행”(4월 8일), “레바논에서 날로 횡포해지는 이스라엘의 살륙만행 8일 하루동안에 1450여명의 사상자 발생”(4월 10일), “령토강탈에 환장한 이스라엘호전광들의 전쟁광증”(4월 11일), “가자지대에서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살육만행”(4월 13일), “이스라엘의 살륙만행으로 레바논에서 사상자수 8450여명으로 증가”(4월 14일) 등이 이를 보여준다.


이재명은 김정은과 동일한 시각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진핑에 다가가려 한 듯하다. “전시 살해” 발언은 당연히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지만 직접 트럼프 행태를 비난할 수는 없는 처지에서 ‘스리 쿠션’ 간접 비난으로 김정은·시진핑의 마음을 얻으려는 듯하다.


최근 장고를, 눈치 보기를 했지만,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결과적으로 동참한 일이 김정은을 얼마나 분노하게 하고 실망케 했는지 번연히 알 이재명이다. 보편적 인권 운운이 여기에서 나왔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서명했고 이스라엘도 비판한 것이라 여겨주기를 바란다.


다만 이스라엘 가자지구 내 인권 문제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에 기권해 보편적 인권에 일관성을 보이지 않는 것까지 김정은·시진핑이 이해·양해해주지는 않을 것임은 이재명도 멋쩍게 안다.


이재명의 발언은 윤석열의 ‘날리면’ 수준이 아니다.


국가이익(에너지 수급 포함)·평화·안정을 위한, 위대한 대통령이 되려는 이재명 자신의 원모심려(遠謀深慮)의 소산이다. 계산된 언동이다. 이런 원대한 계책, 마음을 써서 깊이 생각한 초식을 깨닫기는커녕 비난하는 이들이 이재명에겐 ‘매국노’이자 ‘오목 좀 둔다’는 수준들이다.


위대한 대통령이 되려는 이재명, 국내적으로 너무도 좋은 환경이다. 60%를 넘어서는 지지율, 압승이 명약관화한 지방선거에, 입법·사법·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사법 조치의 장벽도 하나씩 허물고 있다.


대북 송금 건에 입을 닫아주어 대선 승리에 일등 공신이 된 김정은에게 이재명은 길을 재촉한다. 명인의 길을 더 꿋꿋이 걸을 것이다.


판단과 대응은 결국 김정은과 시진핑의 몫이다. 이재명 언동의 의미·술수를 간파하지 못할 트럼프가 아니다. 세 사람 모두 이런 의도의 이재명을 이용·활용하려 들 것이다.


오목의 눈은 불안이 지켜본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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