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스라엘·레바논 고위급 회담에 앞서 마이크 니덤(왼쪽부터) 미 국무부 고문,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대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미셸 이사 레바논 주재 미대사,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미국 주재 레바논대사, 예키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30여년 만에 미국의 중재로 고위급 회담을 갖고 앞으로 직접 협상을 개최하는 데 합의했지만, 더 이상의 결과는 도출해내지 못했다. 레바논은 양국 간 휴전을 바라지만,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이견차가 너무 큰 탓이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2시간의 회담이 끝난 뒤 성명을 통해 “제3자 간 회담을 통해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직접 협상 개시를 위한 조치에 대해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주요 고위급 회담은 1993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서류상 전쟁'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회담은 예키엘 라이터 미국 주재 이스라엘대사,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대사 외에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대사, 미셸 이사 주레바논 미대사 등이 참석한 3자 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회담은 레바논 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습이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체제’를 위협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른 와중에 열려 관심이 집중됐다.
루비오 장관은 회담에 앞서 “이것은 역사적인 기회”라며 이번 회담이 휴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20∼30년간 이어져온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영구적으로 끝내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 사안의 모든 복잡성이 앞으로 6시간 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협상에서는 휴전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향후 본격적인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모두 표면적으로는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이와드 대사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예비회의는 건설적이었다”며 “회담을 통해 상대방에게 (양국 간) 휴전과 난민의 귀환, 분쟁이 촉발한 레바논에서의 인도적 위기 완화를 위한 조치들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라이터 대사는 “레바논은 더 이상 헤즈볼라에 의해 ‘점령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중단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실제 이스라엘과 전투를 벌이는 헤즈볼라 측이 회담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회담이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레바논 정부는 2024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전쟁이 휴전에 들어간 이후 평화적인 방식으로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추진해왔지만 효과는 없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바라보는 회담의 ‘목표’도 차이가 크다. 로이터에 따르면 레바논 당국자들은 협상에 대표로 참여한 모아와드 대사가 ‘휴전협상에 대해서만’ 논의할 권한을 쥐고 있다고 밝힌 반면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인 쇼시 베드로시안은 이스라엘이 휴전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상태다.
이날 미 국무부는 “적대행위 중단에 관한 어떤 합의도 별도의 경로를 통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미국의 중재하에 양국 정부 간 도출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이란 간 휴전에 헤즈볼라와의 전투 중단이 포함돼야 한다는 이란 측 주장을 배제하기 위한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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