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퍼펙트스톰-의료] "주사기 재고 한 달분 가량"…의료소모품 수급난에 처방까지 조정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4.15 13:40  수정 2026.04.15 16:40

나프타 기반 원료 수급 차질에 필수 의료소모품 부족 확산

"앞으로 한달이 고비"…정부 매점매석 금지에도 현장 우려

서울 시내의 한 의료기기 판매점 앞에 주사기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중동발 공급망 불안이 국내 의료현장까지 번지며 필수 의료소모품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를 의료 분야에 우선 배정하고 매점매석 금지 조치까지 시행하면서 대형병원들은 당장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일차의료기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한 달이 고비”라는 등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석유화학제품 원료 등의 매점매석 금지 및 긴급수급조정에 관한 규정’을 고시하고 시행한다. 이에 따라 나프타에서 생산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7개 기초 유분에 대한 매점매석이 금지된다.


전날에는 주사기와 주사침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고시를 발령한 바 있다. 기존 사업자는 2025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한 물량을 5일 이상 보관해서는 안 되며 월평균 판매량의 110%를 초과해 판매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신규 사업자는 제조하거나 매입한 날부터 10일 안에 판매·반환하지 않는 행위가 제한된다.


현장에서는 정부 조치와 별개로 체감되는 수급 불안이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품목은 일시적으로 공급이 재개됐지만 물량이 제한적이고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실질적인 해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 거래처를 통한 정기 발주조차 원활하지 않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의료기관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의료기기 판매점에 주사기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앞서 성남시의사회는 지난 13일 보건복지부 요청에 따라 관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약품·의료제품 수급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종합병원을 제외한 일차의료기관이다.


조사 결과 부족 품목은 특정 고가 의약품이 아니라 주사기, 주사침, 수액세트 등 기본적인 의료소모품에 집중됐다. 특히 주사기(실린지)는 40곳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부족을 호소했다.


주사침과 수액세트·수액라인도 각각 약 7곳 내외에서 부족이 확인됐으며, 멸균 증류수, 약포지 및 약병 등 조제 관련 소모품과 장갑 등에서도 일부 부족 사례가 나타났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나프타 수급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현장의 체감 위기는 더욱 크다. 중원구의 한 의료기관은 해당 설문에서 “주사기와 바늘이 품절이라 재고가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호소했고, 다른 의료기관 역시 “주사기와 수액줄을 구할 수 없고, 일부 물량이 있어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대다수 의료기관에서도 “발주 자체가 안 된다”, “품절로 주문이 불가능하다”,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김경태 성남시의사회장은 “중동 정세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의료물품 수급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본적인 의료소모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의료진은 불가피하게 진료 방식까지 조정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소모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사 처방을 줄이는 등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대부분 의료기관이 한 달치 이상의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한두 달 내 수급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실제 진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가격 상승과 공급 불확실성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현장 불안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진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혼란이 나타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형병원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은 통상 연 단위 계약으로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다른 의료소모품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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