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르네상스 통해 접근성 강화하고 다양한 특화공원 조성
계절별 축제로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잡아…서울 대표 랜드마크
콘크리트 일색이었던 한강변, 생태환경 개선되며 '도심 속 자연'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펼쳐진 드론라이트쇼ⓒ서울시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낮에는 더위를 느낄 정도로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4월이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봄의 정취를 느끼고자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하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민들에게 한강은 그런 고민의 시간을 줄여주고, 언제 가더라도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는 여가와 문화의 공간이다.
서울시는 봄 뿐만 아니라 여름, 가을, 겨울에도 각 시즌별 테마에 맞춘 다양한 축제를 한강 곳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한강을 찾는 사람들도 연간 수백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축제가 하루아침에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강을 품은 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이제 한창 결실을 내는 중이다.
여의도 한강변에 설치된 회전목마ⓒ서울시
◇한강, 사시사철 즐기는 '축제의 무대'
서울스프링페스티벌 개막일인 10일,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는 봄 축제를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물빛광장에서는 '워터볼 굴리기' 등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인파가 이어졌고, 한강변에 설치된 회전목마와 한강버스 선착장 옥상에 마련된 공중그네에서도 한강을 바라보며 색다른 체험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축제는 밤이 되자 더 뜨거워졌다. 드론라이트쇼가 펼쳐지며 한강 상공에 빛으로 그림을 그리자 관람객들의 시선이 떠날 줄 모른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람객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주요 관람 구역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등 일대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올해 서울스프링페스티벌은 주요 무대를 한강으로 옮겨, 여의도를 중심으로 뚝섬과 반포 등 한강공원 전역에서 진행된다. 한강을 따라 조성된 축제 공간을 이동하며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한강버스를 이용해 축제 공간을 오가며 체험하는 방식도 도입되면서, 공연과 체험, 수상교통이 결합된 '분산형 축제'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한강은 더 이상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대규모 축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잠시 들렀다 떠나는 공간에 머물렀던 한강이 이제는 머물며 즐기는 공간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쉬엄쉬엄 한강3종축제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자전거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서울시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단 3일 동안 63만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외국인만 2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수영·자전거·달리기 등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국내외 방문객 모두에게 높은 호응을 얻으며 한강이 체험형 축제 공간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각종 지표에서도 큰 변화가 확인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말 한강에는 시간당 평균 약 20만명이 머물고, 자전거 이용객도 연간 1500만명에 달한다. 특정 행사에 국한된 수치가 아니라 일상적인 주말에도 대규모 인파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강은 놀이와 여가, 휴식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한강 르네상스, 단절된 공간에서 시민의 공간으로
그러나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강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강변도로와 콘크리트 구조물에 막혀 접근이 어려웠고,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기에는 제약이 큰 공간이었다. 도시 중심에 있으면서도 시민 생활과는 '단절'된 공간이었다.
이 같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6년 취임 직후부터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다.
한강 르네상스는 무엇보다 접근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나들목을 확충하고 접근도로를 정비하는 한편, 대중교통과 연계된 보행로를 설치해 시민들이 보다 쉽게 한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지하철을 이용한 한강 접근 시간은 평균 10.5분에서 8.6분으로, 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5.7분에서 1.5분으로 각각 단축됐다.
접근성 개선과 함께 공간의 성격도 크게 달라졌다. 단순한 공원을 넘어 테마와 문화, 스토리가 결합된 특화공원이 조성되면서 한강은 여가와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반포 한강공원의 '달빛무지개분수' 앞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서울시
반포 한강공원에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의 '달빛무지개분수'가 설치되며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여의도 일대는 물빛광장과 플로팅스테이지 등이 어우러진 수변 문화공간으로 조성됐고, 난지는 갈대바람길과 생태습지원, 캠핑장 등을 갖춘 친환경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뚝섬 역시 수영장 '수피아' 등 다양한 체험시설이 들어서며 대표적인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생태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콘크리트 구조로 단절됐던 한강 수변은 33㎞ 구간에 걸쳐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되며 생태 기능을 회복했고, 생태공원도 7개소가 조성됐다. 수목은 2006년 85만 그루에서 2010년 207만 그루로 2.5배 늘었고, 식물과 포유류, 양서·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 종이 확대되며 한강은 자연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이용 만족도로 이어졌다. 2010년 조사에서 한강공원 이용자의 88%가 만족한다고 응답해 2006년 71% 대비 크게 상승했다. 한강이 '찾기 어려운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으로 전환되면서, 이후 축제와 문화 콘텐츠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반포 한강지구의 세빛섬ⓒ서울시
◇한강의 변화는 아직도 진행중…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로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
오 시장 복귀 후, 2023년부터 추진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는 한층 확장됐다. 접근성과 문화 기반 조성, 자연성 회복에 더해 교통과 관광, 레저 기능이 결합되면서 한강은 복합 수변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친환경 수상 교통수단인 '한강버스'가 운항을 시작했다. 초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한 달 이용객이 6만명을 넘어서고 주말 좌석 점유율도 60%를 웃도는 등 대중교통 기능과 여가·관광 기능이 결합된 '여가형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상 레저 기반도 확대됐다. 2024년 6월 난지 한강공원에는 서울시 최대 규모의 '서울수상레포츠센터'가 개장했다. 90m 길이의 부유식 방파제와 155척 규모의 계류 시설을 갖춰 요트와 보트, 카누, 윈드서핑 등 다양한 수상 레저를 도심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한강을 중심으로 한 축제와 체험 콘텐츠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5년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에는 128만명이 방문했고, '로맨틱 한강 크리스마스 마켓'은 13만명,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는 63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는 등 계절별 축제마다 수십만에서 백만명 단위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뚝섬 한강공원에 조성된 '한강플플'에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어린이들ⓒ서울시
지난해 12월 뚝섬 한강공원에 조성된 '한강플플'은 개장 3개월 만에 20만 명이 방문하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 있던 서울형키즈카페 뚝섬자벌레점과 연계해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3면 대형 미디어월에서 한강과 자연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영상이 상시 상영되며, 수달 놀이터와 워터 체험 공간 등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도 마련돼 있어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시민 인식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 조사에서 한강은 2023년 48.3%, 2024년 50.1%로 2년 연속 서울 대표 랜드마크 1위를 기록했다.
뚝섬한강공원 '한강플플'에 설치된 3면 대형 미디어월 파노라마ⓒ서울시
◇시민 일상 속으로 들어온 한강… "콘텐츠·인프라 지속 확충"
결국 현재의 한강은 우연히 형성된 공간이 아니다. 접근성을 개선하고 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한편, 그 위에 다양한 콘텐츠를 축적해온 결과다. 과거 강변도로에 가로막혀 있던 공간이 이제는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한강은 시간당 20만명이 머무르고, 수백만명이 축제를 즐기며, 수천억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은 단순한 수변 공간을 넘어 시민의 여가와 문화, 관광이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와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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