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묶고 가격은 푼다…D램 '숨 고르기' 국면, LTA '새 공식'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4.15 06:00  수정 2026.04.15 06:00

현물가 조정 속 빅테크 메모리 확보 경쟁 격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장기계약 확대 속도

물량은 고정, 가격은 재협상…계약 구조 변형

장기공급계약, 정형 모델 아닌 '유동적' 진화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전경. ⓒ삼성전자

D램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가격이 최근 들어 완만하게 꺾이는 흐름을 보이면서다. 시장에서는 단기 조정 국면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빅테크와 메모리 업계 사이에서는 장기공급계약(LTA)을 둘러싼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다. 큰 폭의 현물가 변동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LTA의 가격 구속력에 대한 논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주요 빅테크 기업과 메모리 반도체 장기공급계약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협상에서는 물량은 고정하되, 가격은 재협상이 가능한 '유연한 구조' 구축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3~5년 계약 기간을 전제로 하면서도, 현물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조건을 설계하는 모습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MD 등 빅테크가 장기 공급 계약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메모리의 안정적 수급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장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시장 선점이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AI 산업의 특성상 빅테크의 '메모리 수급'은 한층 기민하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그간 분기별 혹은 연 단위로 체결되던 계약은 점차 3~5년 단위로 길어지고 있다. 공급 부족 국면에서 물량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지난달 "사업의 안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장기공급계약(LTA)을 넘어 당사 최초로 5년 단위의 구체적인 전략적 고객 협약(SCA)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유사한 흐름에 먼저 보였다.


다만 협상 테이블의 온도는 단순한 '장기 계약 확대'라는 설명보다 훨씬 복잡하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실제 계약 구조는 메모리 종류별로 물량을 일정 수준 고정하되 가격은 별도의 장치를 통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결국 공급은 상수로 두고, 가격은 또 다른 안전장치를 두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계약가 변동성이 커질 경우 공급사와 고객사 모두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물량 중심 계약과 가격 조정 장치가 병행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TA는 '안정성'이라는 강력한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는 양측 모두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물량과 공급 우선권은 장기적으로 묶되, 가격은 분기별 협상이나 지표 연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연하게 조정하는 구조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LTA라는 틀로 묶어 설명하기에는 실제 계약은 훨씬 세분화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메모리 시장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현물 가격이 시장을 설명하는 핵심 지표였다면, 이제는 누가 얼마나 물량을 확보했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가격 중심의 시장에서 물량 배분 중심의 시장으로, 거래 질서가 서서히 재편되는 흐름이다. 다만 업계에서 주로 거론되는 LTA 역시 정형화된 모델이라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유동적 틀'에 가깝다는 점에서 향후 거래 질서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들고 오는 계약서는 가격보다 물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메모리 시장이 가격 중심에서 물량 중심으로 거래 방식이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