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인터뷰
고압산소치료실 가동…다학제 협진 기반 구축
“당뇨, 감염 등 상처 회복 지연 환자에 도움…적용 확대 기대”
정복기 용인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가(성형외과장) 4월 10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상처 회복에 기본적인 처치와 치료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충족돼야 할 조건은 조직에 대한 충분한 ‘산소 공급’이라는 사실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산소는 세포 재생과 혈관 신생, 감염 억제 등 회복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핵심 요소로, 공급이 부족할 경우 상처 치유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당뇨나 혈관질환, 외상, 방사선 치료 이후 환자처럼 혈류가 저하된 경우에는 이러한 저산소 상태가 치료의 한계로 작용한다.
산소를 중심으로 한 치료 접근이 주목받는 가운데,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이달부터 고압산소치료실을 개소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다학제 협진을 통해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고 중증 상처 환자 치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고압산소치료실 개소…중증 치료 역량 강화”
지난 10일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정복기 성형외과 교수(성형외과장)는 “혈관질환, 감염, 외상, 수술 후 합병증 등 단일 치료로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수술과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조직 치유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고압산소치료를 병행하면 치유 환경을 개선해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압산소치료는 일반 대기압보다 높은 2~3기압 환경에서 100%에 가까운 산소를 흡입하도록 해 혈액과 조직으로 전달되는 산소량을 크게 높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허혈 조직의 회복을 촉진하고 감염을 억제하며 상처 치유를 보조한다.
정 교수는 “고압산소치료는 단순히 산소를 더 주는 치료가 아니라, 저산소 상태에 놓인 조직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회복을 돕는 치료”라며 “항생제나 수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치료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 환경을 개선해주는 보조 치료라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특정 진료과 중심이 아닌 다학제 기반으로 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성형외과를 비롯해 다양한 임상과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상처 치료와 재건, 감염 관리 등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환자에서 임상적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치료의 필요성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상처가 있음에도 쉽게 낫지 않는 환자, 그리고 조직을 살리는 것이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 환자군에서 고압산소치료의 역할이 커진다.
정 교수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보다 실제 조직의 산소 공급 상태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며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치료가 길어지거나 재수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는 당뇨나 혈관질환으로 발 상처가 장기간 지속되는 환자, 외상이나 수술 이후 혈류 저하로 조직 괴사가 우려되는 환자, 방사선 치료 후 조직 손상이 반복되는 환자, 심한 감염으로 조직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자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이비인후과 영역에서는 돌발성 난청 치료에 활용되는 등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치료에서 ‘환경’으로…패러다임 변화”
용인세브란스병원의 고압산소치료실. 총 2대의 고압챔버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한 환자(왼쪽)가 챔버 안에서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날 찾은 고압산소치료실은 외부와 차단된 밀폐 공간으로, 환자가 챔버 내부에서 산소 치료를 받고 있었다. 치료실은 총 2대의 고압 챔버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환자는 산소 마스크를 통해 고농도 산소를 공급받는다. 내부는 비교적 조용했지만 고압·고농도 산소 환경 특성상 작은 변수도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의료진은 외부에서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반응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정 교수는 “고압과 고농도 산소를 사용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일반 시술과는 전혀 다른 안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치료 전 기흉 여부, 폐질환, 상기도 상태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치료 중에도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압산소치료의 적용 범위는 응급과 만성을 아우른다. 일산화탄소 중독, 감압병, 가스색전증 등 응급질환부터 당뇨병성 족부 궤양, 방사선 치료 후 조직 손상, 만성 골수염, 화상 등 비응급 질환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다만 치료되지 않은 기흉 환자 등 일부 경우에는 적용이 제한되며, 압력 변화에 적응이 어려운 환자에 대해서는 사전 평가가 필수적이다.
정 교수는 “유럽에서는 외상과 예방적 치료, 뇌졸중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일본에서도 저산소성 뇌병증, 급성 두부 손상, 척추 및 신경계 질환 등 대부분의 난치성 질환으로 적용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상처 회복이 어려운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에서도 고압산소치료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향후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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