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들, 빠른 반응…여전히 흥행 지표로 기능
20년 만에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오는 29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과거에도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더 배트맨’, ‘크루엘라’, ‘007 노 타임 투 다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아바타: 물의 길’ 등 주요 할리우드 작품들이 한국을 첫 공개 시장으로 선택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다만 이번 선택은 극장 관객 감소와 시장 위축이라는 전제가 깔린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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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연간 관객 수는 약 2억3000만 명에 달했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규모 역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인구 대비 관람 횟수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연간 1인당 4.37편으로 미국(3.8편), 프랑스(3.1편), 일본(1.2편)을 웃돌며 주요 영화 강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로 ‘아이언맨’ 시리즈와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 다수 마블 작품이 북미와 중국에 이어 주요 매출 상위권을 기록했고 ‘스파이더맨: 홈커밍’ 역시 중국 다음으로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는 등 글로벌 흥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관객 수는 2025년 말 기준 연간 관객 수는 약 1억600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팬데믹과 더불어 OTT 플랫폼의 확산, 관람 습관의 변화, 고물가 속 여가 소비 패턴의 재편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한국 극장 시장 체력이 약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작품들이 여전히 한국을 전 세계 최초 개봉지로 선택하는 이유는 빠르고 선명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에 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과 TV 드라마 극장판 중심의 내수 구조가 강해 글로벌 트렌드 반영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중국은 검열과 개봉 제한이라는 구조적 변수에 영향을 받는 시장인 반면 한국은 비교적 개방적인 환경 속에서 글로벌 콘텐츠 수용도가 높고 무엇보다 개봉 초반 반응이 빠르게 형성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한국은 개봉 초반 예매율과 관객 반응이 빠르게 올라오고 잘 될 작품은 초반부터 확실하게 드러난다”며 “다른 국가에서도 한국 반응을 참고해 상황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 수 자체만 놓고 보면 예전만큼의 영향력은 아니지만 초기 반응을 확인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특성은 한국 극장 시장의 개봉 전략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주5일제 도입 이후 금요일 개봉이 정착됐고, 스크린 경쟁이 심화되면서 목요일을 거쳐 수요일 개봉까지 확대됐으며 ‘문화가 있는 날’까지 맞물리며 첫 주 관객 확보가 중요해진 구조가 형성됐다. 결국 한국 시장은 개봉 초반 성적과 반응으로 흥행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초기 판단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처럼 20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경우 기대와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초반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은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반응까지 빠르게 축적되며 흥행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관객 수 감소라는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배급 전략에서 한국 시장의 진가는 규모가 아닌 반응의 속도에 있다. 초기 반응을 통해 글로벌 흥행 향방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서의 위상은 여전히 유지되며 주요 출발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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