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주인공 되는 10대들, 창작자의 ‘무거운’ 자세 필요한 이유 [콘텐츠 속 촉법소년③]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4.16 11:01  수정 2026.04.16 11:01

쏟아지는 촉법소년 소재 콘텐츠

“범죄라는 점을 분명하게 다뤄줘야…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무너뜨리면 안돼” 우려도

경찰을 폭행한 드라마 ‘라이브’(2018) 속 소년들부터 뻔뻔하게 살인을 자백하는 드라마 ‘소년심판’(2022) 속 13살 아이까지. 드라마 속 소년범들이 잔인하고 뻔뻔한 얼굴로 시청자들의 소름을 유발 중이다.


현실에서도 갈수록 잔혹해지는 청소년 범죄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극 중 사례들처럼 형사 책임을 받지 않는 연령을 뜻하는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형사책임연령을 지금의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협의체 3차 회의에서 모두발언 중인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뉴시스

현실에서도 소년범죄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25년 소년보호사건 접수 건수는 촉법소년 2만 20598건, 우범소년 1085건, 범죄소년 2만 70677건 등 총 5만 1360건으로 집계가 됐는데, 이는 2015년(3만 4074건) 대비 1만 70286건(50.7%) 증가한 숫자다.


범죄 내용의 잔혹함 역시 우려 지점이다. 앞서 언급한 ‘소년심판’ 속 촉법소년 에피소드 역시 ‘현실’이 모티브였다. 해당 에피소드는 고등학생 2명이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실제 사건을 연상케 했는데, 현실 속 가해자들이 촉법소년은 아니었음에도 그 잔혹성에 대중들이 크게 분노를 했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범죄유형별로는 강간·추행이 2022년 557명에서 작년 883명으로 58.5% 증가했으며 절도는 같은 기간 7874명에서 1만 418명으로 32.3% 증가, 폭력은 2022년 4075명에서 지난해 4873명으로 19.6% 증가하는 등 강력 범죄도 늘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영화 또는 드라마·소설이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할 때,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들의 심리 특성을 고려했을 때 자칫 그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1999년 개봉한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이 개봉한 이후 경기도에서는 고등학생 세 명이 “영화 속 인물들이 멋있었다”는 이유로 주유소를 침입해 직원들을 위협한 사건이 있었다.


한 청소년 상담가 A씨는 영화, 드라마처럼 ‘영상’으로 ‘보여지는’ 콘텐츠에 대해선 “멋진 배우들이 나와 쿨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볼 때, 아동 또는 청소년에게 이 모습이 ‘모방하고 싶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들의 문화가 마치 특별한 것처럼 그려지게 되면, 아이들은 따라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 있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에는 더 그렇다. 그들은 자신도 특별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청소년의 특성을 강조했다.


창작자들의 필요한 자세에 대해선 “범죄라는 점을 분명하게 다뤄줘야 한다. 과거 (일부 작품들이) 일진 문화를 미화한 것처럼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하는 노력은 이뤄진다. 학폭 또는 청소년 마약 문제를 앞세우면서 이를 ‘장르적 쾌감’으로 연결한 ‘약한영웅’ 시즌1, 2는 모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공개됐다.


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최소화하기 위해선 이 같은 작품을 소비하는 ‘어른’ 시청자들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타깃층이 성인이라면, 분노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사회적 화두가 되는 소년범죄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10년 이상 중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소년범죄와 시스템을 향한 이해를 강조했다. 그는 “비행 청소년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 문제가 가장 크다. 나아가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벌도 일종의 보호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묻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올바른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소설 ‘촉법소년’을 통해 소년범죄를 ‘다양한’ 시선에서 들여다본 작가 겸 국민참여재판 참여관 홍성호는 청소년 범죄의 현실과 창작자의 ‘다른’ 접근을 이야기했다.


홍 작가 역시 소년범죄의 ‘잔혹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다. “소년범죄를 경범죄와 중범죄로 나누어 볼 때, 중범죄는 범죄적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거 같은, ‘순수한 악’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상해, 강도, 강간을 저지르는 소년들은 성인범죄보다도 범행 수법이 더 잔혹한 경우도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과 어린이에게는 성인과 크게 다르다. 소수의 경우이지만, 자신의 과오를 진정으로 뉘우치고, 바른길로 나아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또 다른 소년범죄의 특징”이라며 “내 경우, 아흔아홉의 절망보다는 하나의 희망에 무게 추를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해자의 ‘악’을 조명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아픔’과 가해자가 그 아픔을 이해하고, 느끼며 결국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는 과정을 그려나가는 콘텐츠를 머릿속에 저장해둔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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