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술자리 시비'로 단정 지어 문제 키웠단 지적
국수본, 부실수사 의혹 감찰 결과 보고 받아 조치
"피해자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 새로운 쟁점"
경찰 부실수사에 "보완수사권 관련 논쟁도 예상"
ⓒ故 김창민 감독 SNS 갈무리
고(故) 김창민 감독 집단폭행 사망 사건을 두고 경찰의 초동 대응과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사건 초기 '쌍방 폭행'으로 판단한 점이 피의자 신병 확보를 어렵게 만들었단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는 피의자 진술을 근거로 경찰이 단순 술자리 시비로 단정 지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초동수사 부실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인 만큼 향후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 등이 상해치사 혐의 입증에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김 감독 상해치사 사건과 관련한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경기북부경찰청 감찰 결과를 보고 받은 뒤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현재 경기북부경찰청은 현장 대응의 적정성을 살피는 일반 감찰과 사건 수사 절차 전반을 들여다보는 수사 감찰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박성주 국수본부장은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언론 등 일부에서 수사 미비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국수본에서 직접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작년 10월20일 오전 1시10분께 구리시 수택동의 한 식당에서 아들과 식사를 하던 중 술을 마시던 일행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했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을 일으키며 의식불명에 빠졌다.
김 감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작년 11월7일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생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가 중태에 이를 정도로 맞아 쓰러졌지만 '쌍방 폭행'으로 판단했다. CCTV 영상과 피의자들 주장, 식당 직원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구리경찰서는 사건 발생 직후 식당 내부와 인근 편의점, 폭행이 이뤄진 골목을 비추는 방범카메라 등 3곳의 CCTV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영상 분석 결과 김 감독은 옆 테이블에 있던 A씨 등 4명과 시비가 붙었지만 곧 잠잠해졌다. 재차 실갱이가 벌어진 건 김 감독과 A씨가 식당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과정에서다.
김 감독은 자리로 돌아와 테이블에 놓인 돈가스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A씨 일행은 김 감독에게서 나이프를 빼앗았고, A씨 일행 중 한 명인 B씨는 김 감독의 목을 잡고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A씨는 김 감독을 쫓아가 주먹으로 때렸다. 김 감독이 쓰러지자 B씨는 김 감독을 10m 정도 떨어진 골목으로 끌고 갔다. 분을 참지 못한 A씨는 골목으로 뒤따라가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 가해자 1명(A씨)을 특정해 중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을 요구하며 반려했고, 경찰은 상해치사 혐의로 A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JTBC 영상 갈무리
법조계는 경찰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 사건을 쌍방 폭행으로 쉽게 단정 지은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지목했다. 사각지대 CCTV 확보 등을 통해 폭행 상황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었단 지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보완 수사권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흰뫼)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종업원의 말을 근거로 김 감독이 먼저 나이프를 들었다는 점을 들어 쌍방폭행으로 쉽사리 단정지은 듯하다"며 "수사관들은 밤에 술자리 등에서 시비가 붙어 싸움이 나는 사건들이 많고 쌍방폭행으로 가는 경우 반의사불벌죄로 의율할 수 있어 당사자들이 다음날 감정을 가라앉히고 나서 없던 걸로 합의하는 경우 사건 처리가 용이하다 보니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쌍방 폭행을 선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폭행치상과 상해 둘 중에 선택하는 근거는 최초 '고의' 를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정황을 볼 수밖에 없다"며 "평소 이 사건 가해자가 폭행을 자주 행사했던 사람인지, 당시 특정 부위만 지속적으로 때렸던 것인지 아니면 손에 닿는대로 아무데나 마구 때린 것인지, 주먹의 강도와 때리는 모습 등으로 평소 폭행을 많이 해서 때리는 법을 아는 사람인지, 맞는 동안 피해자의 상태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사망을 한 상황이어서 살인고의까지 봐야하지만 1시간 정도 방치된 부분 등이 결합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여 살인 고의 보다는 상해치사 정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망한 시점부터는 상해인지 폭행인지 여부보다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JTBC 방송 갈무리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일반적으로 쌍방 폭행의 경우 서로 간의 갈등에 의해 발생한 것이기에 경찰에서도 '서로 좋게 합의하세요'라는 스탠스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결이 되는 경우도 많다"며 "그러다보니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이 처음에 이를 쌍방 폭행으로 인지해 이를 가볍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해로 인한 치사의 결과까지 경찰이 예견할 수는 없었겠지만, 처음부터 CCTV 확보 등을 통해 보다 면밀히 수사를 했다면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가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정치계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경찰의 부실한 수사, 부족한 수사 능력이 도마에 오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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