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 합동 분향소 마련
19년간 현장 누빈 '베테랑' 선배이자 아버지
구급 업무·화재 진압까지 도맡은 '예비 신랑'
천장 머물렀던 유증기, 우레탄폼 내장된 패널 문제점 지적
13일 오전 전남 완도군 완도읍 완도대성병원 장례식장 박승원 소방위 빈소에 훈장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전남 완도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 화재로 숨진 소방관 2명의 빈소에는 유족 및 지인들의 울음 소리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경찰은 화재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냉동창고 화재 진압 과정 중 숨진 전남 완도소방서 소속 박승원 소방위와 해남소방서 소속 노태영 소방사의 빈소는 완도 대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3일 오전 빈소를 찾아 고인들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직접 추서하고 조문했다.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는 이날 오후 1시부터 두 소방관을 추모하기 위한 합동 분향소가 마련돼 두 사람의 희생을 추모하려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희생 소방관들의 사연들이 하나씩 알려지며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년간 전남 지역 재난 현장을 누빈 베테랑인 박 소방위는 슬하에 1남 2녀를 둔 가장이자 아버지였다. 박 소방위는 후배들을 잘 챙기는 든든한 선배이자 수많은 생명을 구한 소방관, 동시에 따뜻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버지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임용돼 올해 5년 차 소방관이었던 노 소방사는 어렸을 때부터 소방관을 꿈꿔왔던 청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소방사는 해남에 연고가 없었음에도 다른 지역에 있는 자택을 오가는 출퇴근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소방사는 험한 현장도 묵묵히 지켜왔고 부족한 현장 인력 탓에 구급대 업무뿐만 아니라 소방차 운전·화재 진압까지 도맡아 온 '만능 소방관'이었다. 특히 오는 10월 결혼을 앞뒀던 예비 신랑으로도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소방청은 순직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냉동창고 내부에 진입했다가 원인 미상의 급격한 연소 확대에 끝내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소방청은 "두 대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 최전선에서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다 숭고한 희생을 했다"며 "전남도와 함께 순직 대원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화재는 공장 내 에폭시 페인트 제거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폭시는 강력한 접착력과 내구성, 방수성 때문에 바닥재 등으로 많이 쓰이지만, 인화성 물질로 화재에 취약하다.
앞서 이번 사고에 관해 수사하고 있는 전남 완도경찰서는 전날 화재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화재 발생 직전 냉동창고 내부에서 바닥 페인트(에폭시) 작업을 한 60대 김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토치를 사용해 페인트 제거 작업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자들은 기존의 에폭시를 물리적으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제거했는데, 제거되지 않은 부분은 토치로 가열해 제거했다는 의미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후 천장에 머물러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불이 급속도로 확산해 두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불이 난 건물은 일부가 샌드위치(조립식) 패널 등으로 이뤄져 있어 불에 취약한 데다 밀폐된 공간이어서 연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해 당국이 수색과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패널 안에 우레탄폼이 내장돼 있어 연기가 쉽사리 줄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던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샌드위치 패널은 다수의 공장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샌드위치 패널로 된 작업 공간의 경우 불씨가 살아났을 경우 공기와 만나 넓은 공간 안에서 불이 급속도로 퍼질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며 "유증기를 뺄 수 있는 환기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큰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12일 전남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 가공업체에서 화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