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이야기(37)] 김포 월곶면 봄길책방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봄길책방ⓒ장수정 기자
◆ “2박 3일도 짧다”…다채롭게 즐기는 봄길책방
봄길책방은 경기도 김포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월곶면 포내리에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이규대 대표가 아내와 함께 책방을 열기로 마음을 먹고 장소를 물색하던 중, ‘쉬면서 책 읽기’ 딱 좋은 장소를 만났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지만,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경치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책방에서 보이는 염하강은 강화를 휘감는 서해 바다이고 문수산도 지척에 있다”고 공간의 특성을 설명한 이 대표는 “책방 할만한 곳을 찾아 경기도 여러 곳을 다었다. 산과 바다가 있는 곳, 말하자면 배산임수를 찾아다녔는데, 이곳이 딱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장소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책방과 북스테이를 결합했다. 도심과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지만, 잠깐 들러 소화하기엔 아쉬운 경치를 오래 즐기기를 바랐다. 이 대표는 “여행처럼 찾아와 하룻밤 머물며 그 쉼과 책 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이에 봄길책방에는 관광하다 차를 마시러 들르는 이들부터 책 마니아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 중이다. “북스테이로 2박이나 3박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한 이 대표는 “책도 읽지만, 낮에는 강화 나들이를 다녀오시고, 밤에는 영화를 보기도 하신다. 2박 3일이 짧다는 분도 계신다”라고 말했다.
봄길책방의 방명록 ‘봄길의 흔적’에는 색다른 방식의 휴가를 즐긴 가족, 혼자 봄길책방을 찾아 쉬면서 글을 쓰는 시골책방만의 매력을 실감한 나 홀로 방문객 등 손님들이 책방을 ‘다채롭게’ 즐기고 있었다.
이 대표는 “하늘 한 번 보고, 책 한 장 읽으며 힐링의 시간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다. 쉼을 통한 비움, 책을 통한 채움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 문화공간도, 프로그램도 없었던 포내리…봄길책방이 채우는 만족감
주말에는 북스테이를 즐기는 손님들이 책방을 찾는다면, 평일은 마을 주민들이 채운다. 처음엔 조용한 마을에 책방이 들어선 것을 신기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임과 행사에도 참여하며 책방을 함께 즐기고 있다.
특히 마을 주변인들이 참석 중인 독서모임 ‘사유의 밤 북클럽’은 3년째 꾸준히 이어진다. 그동안 한 번도 독서모임을 경험하지 못했던 주민도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이 대표는 “함께 읽고 공유하며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음식을 나누고 정을 나누며 따뜻한 사유로 연대를 하고 있다”고 그 의미를 짚었다.
음식과 물건을 나누는 플리마켓을 여는가 하면, 작가를 초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도 개최 중이다. 포내리 마을의 부족했던 문화적 감수성을 책방봄길이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봄길책방 북스테이 공간ⓒ장수정 기자
꾸준하고, 활발한 활동을 통해 ‘사랑방’을 넘어, 문화 콘텐츠의 장을 이어나가고픈 욕심도 있었다. “시골마을에는 문화 공간도 프로그램도 거의 찾기 힘들다. 그래서 책방 오픈 첫 해부터 매년 플리마켓을 열고 있다”고 이 같은 활동의 이유를 설명한 이 대표는 “변두리 마을의 수공예 작가를 셀러로 모집하고 마을에서는 분식을 판매하며 우리 마을만의 장날을 만들고, 작은 음악회도 연다. 현재 마을 어르신을 대상으로 어반 스케치 수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미술 전시회도 하고 마당에서 영화도 보는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이 이 대표 부부가 책방봄길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책 판매 만으로는 공간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될 때 보람을 느낀다. 이 대표는 책방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책이 안 팔린다는 것”이라며 “시골마을이라 방문객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책을 잘 안 산다. 김포의 중심부에 있는 책방들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대여를 할 수도 있고, 요즘엔 전자책으로도 본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엄선한 책을 누군가가 사고, “좋았다”는 감정을 공유할 때 책방 운영의 의미를 체감한다.
“독서모임에 암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낸 분이 오셨다. 그 시기, 이 공간을 알게 돼 치유를 받았다고 하시더라. 그럴 때 보람을 느낀다. 강요하는 건 없다. 포옹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런 반응을 들을 때 ‘아 우리가 책방의 기능을 하는구나’ 싶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