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서비스업 중심 경기 개선 양상…대외 불확실성 경계해야”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2.09 12:00  수정 2026.02.09 12:00

KDI, 2월 경제동향 발표

반도체 수출 가격 급등

자동차 수요 둔화 양상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우리 경제가 소비 개선에 힘입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유가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경기 회복 속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2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가 서비스업의 회복세에 힘입어 전산업생산의 완만한 증가를 시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심리 회복에 서비스업 생산 확대


지난해 12월 전산업생산은 전월(0.4%)보다 높은 1.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제조업이 미약한 흐름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이 전체 생산 지표를 끌어올렸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9.1%), 전문·과학·기술(5.7%), 금융·보험(3.6%) 등 대다수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3.7% 증가했다.


내수 소비의 척도인 소매판매액 역시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 12월 소매판매액은 전월(0.8%)보다 확대된 1.2%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승용차(12.6%)를 중심으로 내구재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숙박·음식점업(0.4%)과 예술·스포츠·여가(2.0%) 등 대면 서비스 소비도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며 내수 활력을 뒷받침했다.


KDI는 소비자심리지수가 110.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실질 국내총소득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소비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가격 급등에 수출 금액 ‘껑충’


수출은 반도체 경기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1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33.9%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조업일수 확대 영향도 있으나, 무엇보다 반도체 가격의 급등이 결정적이었다.


반도체 수출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39.9% 상승하며 금액 기준 수출액을 크게 높였다. 다만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공급 제약이 발생하면서 수출 물량 증가세는 다소 조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특히 자동차는 미국의 관세 부과 우려 등 대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 물가가 3.5% 하락하고 재고는 7.8% 증가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공업 생산 역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생산이 소폭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0.3% 줄어들었다.


KDI 관계자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반도체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통상 정책 불확실성이 다른 제조업 분야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비·건설투자 부진 지속…지방 부동산 경기 위축 걸림돌


생산과 수출의 온기가 투자 부문까지는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12월 설비투자는 전월(-0.2%)보다 감소폭이 크게 확대된 -10.3%를 기록했다.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 부문에서 기저효과와 수요 둔화가 겹치며 31.1%나 급감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역시 기저효과로 인해 감소세를 보였으나, 1월 수입액 지표에서 관련 품목의 수입이 다시 반등하고 있어 향후 기계류 투자의 회복 여부가 주목된다.


건설투자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남아있다. 건설기성은 4.2% 감소하며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건축과 토목 부문 모두 감소세를 보였으며, 특히 지방의 부동산 경기 부진이 건설 투자 위축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반도체 공장 건설을 중심으로 비주거용 건축 기성이 증가로 전환된 점과 재건축 주택 사업 확대에 따른 건설 수주 개선은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건축착공면적이 연간 12.2% 감소했고 건설 비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건설 투자의 본격적인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안정 속 고용 여건 견조


물가와 고용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과 농산물 가격 안정에 힘입어 2.0%를 기록하면서 물가안정목표 수준에 도달했다.


근원물가 역시 2.0% 내외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기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낮아진 상태다.


고용 측면에서는 12월 취업자 수 증가폭(16만8000명)이 정부 일자리 사업 종료 등 계절적 요인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60세 미만 서비스업 취업자가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전반적인 고용 여건은 견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 시장은 반도체 실적 기대감으로 코스피 지수가 1월 말 기준 5224.4를 기록하는 등 기술주 중심의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주택 매매 가격은 서울(0.8%)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비수도권은 0.07% 상승에 그치며 미약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평년보다 낮은 주택 준공 물량이 수도권의 전세(0.42%) 및 월세(0.39%)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KDI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 우려는 다소 완화됐으나, 미국 중심의 통상 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며 “내수 소비의 개선 흐름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대외 위험 요인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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