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업무, 2시간이면 끝"…연구실 벗어난 대웅제약의 AI [신약 from AI]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2.06 06:00  수정 2026.02.06 09:53

대웅제약 서욱 ETC 마케팅본부 사업부장 인터뷰

정리부터 통찰, 표현까지 이어지는 업무 모델 구축

AI TF 구성, 소모적 시간 단축으로 업무 효율 상승



사람의 직관으로 설계하고, 경험으로 완성하던 제약·바이오 산업의 오랜 문법이 무너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AI가 있다. 올해 초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AI를 ‘생존 키워드’로 선언했다. 글로벌 자본이 모이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주인공은 단연AI였다. 이제AI는 실험실 속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마케팅 현장까지 재편하며 산업의 전 주기를 관통하고 있다.AI가 다시 그리고 있는K-제약의 미래 지도를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실험실을 빠져나온 AI(인공지능)는 이제 영업·마케팅 현장으로 전선을 옮기고 있다. 100만개의 화합물 중 성공 확률이 높은 100개의 화합물을 골라내던 AI의 기적이 이제 업무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실용성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신약 개발이 거대한 ‘빙산의 일각’을 찾는 과정이라면, 마케팅은 빙산의 본체를 끌어올려 가치를 완성하는 작업이다. 국내 전통 제약사 중 AI 도입 ‘선두주자’로 꼽히는 대웅제약이 연구실을 넘어 마케팅 조직에 AI를 본격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TF 구성…헷며들기 프로젝트 등 업무 시간 ‘획기적 단축’
서욱 대웅제약 ETC 마케팅본부 사업부장(오른쪽)과 이효진 ETC 마케팅본부 사원이 1월 29일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선제적으로 자체 AI 신약 개발 플랫폼 ‘데이지’ 등을 도입해 R&D 효율을 높이고 있다. 기존 1년 이상 걸리던 유효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최단 2개월까지 단축하는 등 신약 개발 AI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대웅제약의 시선이 연구실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대웅제약은 R&D 단계를 넘어 상업화 현장에도 AI를 이식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에서 만난 서욱 ETC 마케팅본부 사업부장은 “AI는 단순히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업무에 있어 사람의 시간을 더 가치있는 고민에 쓰도록 하는 ‘공동지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정의했다.


대웅제약은 C-레벨의 의지 아래 단순 AI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AI TF’ 팀을 구성하고 업무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기존 관행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스마트 영업’으로의 체질 개선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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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AI TF는 구성원들이 AI와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돕는 ‘헷(GPT)며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서 사업부장은 AI TF 리더를 맡아 마케팅본부의 AI 내재화 과정을 총괄하며 현장의 변화를 확인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효진 대웅제약 ETC 마케팅본부 사원은 “점심 메뉴 추천과 같은 일상적인 활용부터 시작해 심리적 장벽을 낮춘 결과 6개월 만에 일평균 GPT 활용 빈도는 6회에서 12회로 2배 늘었다”며 “현재 본부 구성원 96%가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협업 단계 이상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기반 위에 구축된 대웅제약의 업무 모델은 정리(노트북LM)-통찰(챗GPT)-표현(젠스파크)로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방대한 임상 문헌과 자료를 ‘노트북LM’ 기반 학습 가능한 지식으로 정제하고, ‘챗GPT’가 전략적 인사이트를 추출하며, ‘젠스파크’가 이를 시각화된 콘텐츠로 빠르게 구현한다.


실제 성과는 시간 단축으로 증명된다. 일례로 해외 연사의 강연 자료를 분석해 국내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비즈니스 메일을 작성하는 과정이 과거 24시간이 소요됐다면, 현재는 2시간 내외로 단축됐다.


서 사업부장은 “자료를 찾고 요약하는 소모적 작업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이 고객별 메시지를 고민하는 본질적인 전략 설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됐다”며 “AI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기술의 고도화 자체가 아닌 그 기술을 통해 확보한 시간으로 임직원이 창출할 질 높은 인사이트에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로 설계하는 관계…인간의 판단 돕는 조력자 AI”
서욱 대웅제약 ETC 마케팅본부 사업부장(오른쪽)과 이효진 ETC 마케팅본부 사원이 1월 29일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

제약 산업의 핵심인 ‘관계’ 형성 방식도 달라졌다. AI는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어떤 메시지가 필요한지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제안한다. 과거 개개인의 직관에만 의존하던 영역을 AI가 보완하며 영업의 밀도를 높이는 식이다.


현장에서의 호응도 구체적이다. 서 사업부장은 “과거에는 영업 관련 자료가 내려오면 이를 숙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지만 이제는 노트북LM 등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내용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며 “업무 효율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영업 사원들의 피드백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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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의 지향점은 AI를 특수 도구가 아닌 업무의 ‘기본값’으로 만드는 것이다. 서 사업부장은 AI 도입 이후 직원들이 내려놓아야 할 것은 ‘단순 반복’이며 더 매달려야 할 것은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사고와 판단’이라고 단언했다. AI가 논문을 읽고 초안을 잡는 사이, 사람은 그 너머의 전략을 짜고 고객의 마음을 읽는 데 집중하는 구조다.


AI 데이터와 인간의 직관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선 “AI 제안과 베테랑의 직관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논의가 오히려 전략의 완성도를 높인다”며 “AI는 결정권자가 아닌 사람의 판단을 돕는 최상의 조력자”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전사적 AI 내재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빅파마들과 경쟁하기 위한 필수 무기가 될 전망이다. 서 사업부장은 “가장 앞선 기술을 가장 빨리 현장에 적용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드는 것이 대웅제약의 비전”이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과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더 빠르고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확립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대웅제약 만의 경쟁력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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