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 대상인 태릉CC, 주택공급 부지로 선정
의무 대상 아닌 세운4구역은 제동…오세훈 “동일기준 적용해야”
문화재 변수에 주택 공급 규모·착공 시점 불확실성도 여전
태릉CC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위치도. 태릉CC 부지 중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포함된다.ⓒ서울시
태릉CC와 세운4구역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 대상인 태릉CC를 공급 부지로 선정하면서다.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 대상이 아닌 세운4구역에는 평가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라며 서울시가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정부의 문화재 행정이 모순적이라고 지적하자 국가유산청은 두 사안 다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거쳐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화재 인근 지역 개발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일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 후 이뤄진 백브리핑에서 “태릉CC가 (공급대책에) 포함된다면 세운지구 개발도 가능해야 한다”며 “정부의 이중 기준을 폐지하고 동일한 기준을 양 지역에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의 이러한 발언은 전날 정부가 종로구 세운지구와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 개발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과 일맥상통한 것이다. 그는 문화재 가치 훼손을 이유로 세운지구 개발을 반대하면서 태릉CC에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 모순을 지적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기준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오 시장은 1일 페이스북에 ‘국가유산청과 국토부는 각각 다른 나라 정부입니까’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국가유산청이 세운지구 개발에 적용하는 잣대를 똑같이 태릉CC에 적용하면 서로 다른 결론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글에서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서 바라본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세운지구 고층 건물 건설 계획에 반대하면서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1·29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에는 세계문화유산 태릉·강릉에 인접한 태릉CC 개발이 포함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태릉CC는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직접 포함돼 있고 세운지구는 그 범위 밖에 있다”며 “세운지구가 안 된다면 태릉CC는 더더욱 안 되는 것이고 반대로 태릉CC가 될 수 있다면 세운지구 또한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문화재 인근 지역 개발에 대해 일관된 규제를 가하고 있단 입장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전날 오 시장의 글이 올라오자 허민 국가유산청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종묘 앞 고층 재개발도, 태릉 옆 주택 공급도 유네스코에서 권고한 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조정안을 도출하자는 것”이라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1·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노원구 태릉CC에 6800가구 규모 주택공급 계획이 반영되면서 문화재 관련 행정이 정부와 지자체간 갈등 쟁점으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노원구 태릉CC의 경우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태릉·강릉과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사업지의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포함돼 있어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HIA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문화재 관련 이슈가 주택 공급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국가유산청과 사전 협의를 이어온 만큼 HIA를 거쳐 공공주택 지구지정·지구 계획 수립 등을 병행해 오는 2030년 착공하겠단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세운4구역은 HIA 의무 대상이 아니다. 종묘 세계유산지구 밖에 위치해 HIA 관련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지만 국가유산청은 145m 고층 개발을 추진하려는 서울시에 제동을 걸며 유네스코 권고에 따라 영향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HIA 법적 의무 여부와 무관하게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반발한다. 종묘 경관 훼손을 우려해 세운4구역 재개발에는 추가 절차를 요구하면서 정작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포함된 태릉CC에선 주택공급을 추진한다는 주장이다.
주택공급의 현실성도 지적했다. 오 시장은 “태릉CC는 문재인 정부 당시 택지로 채택돼 HIA가 이뤄졌고 5000가구 수준으로 내리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5000가구로 줄어들면 경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20년 8·4대책에서도 태릉CC가 공급지로 선정됐을 때 영향평가가 진행됐고 건물 높이 등 제한으로 공급 규모가 5000가구로 줄었단 얘기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과거 평가가 진행됐을 때 조건부 가결이 나왔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진척되지 않았다”며 “유산청에도 안건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심의를 진행하는 것이지 주택공급 규모에 대해 제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향후 국토부는 새로운 주택공급 계획에 따라 HIA를 준비해 절차를 진행한단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6800가구는 경관 등 검토를 거쳐 산정한 것”이라며 “평가를 다시 진행하는 만큼 과거 내용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가 결과에 따라 6800가구 규모가 조정될 여지가 있어 공급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평가 절차에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 지도 미지수다. 통상 평가에 1년 이상이 걸리지만 추가 지연 가능성이 존재한다. 오는 2030년 착공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도 “세운4구역과 태릉CC는 HIA 대상 여부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토지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법률적 근거 없이 해외 기구의 권고만으로 영향평가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태릉CC 개발 계획 수립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텐데 HIA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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