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너머로"…LG에너지솔루션, ESS·로봇으로 확장(종합)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1.29 15:35  수정 2026.01.29 15:36

전기차 둔화 속 매출은 줄었지만 ESS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

올해 전기차 회복은 제한적…ESS는 구조적 성장 국면 진입

ESS·원통형·로봇으로 성장축 전환하며 포트폴리오 재편

각형 LFP·LMR 전고체 소듐까지 차세대 기술 로드맵 가속

LG에너지솔루션 분기별 실적그래프.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에 맞서 LG에너지솔루션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기존 주력 사업의 위기를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로봇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의 확장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대규모 투자를 줄이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 23조6718억원,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7.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33.9% 증가했다.


고수익 제품 위주의 판매 전략과 북미 ESS 생산 본격화, 북미 생산 보조금 효과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주춤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122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 폭을 줄였으나 전 분기 대비로는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조1415억원으로 4.8% 감소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 3328억원을 제외하면 4분기 영업손실은 4548억원이다. 전기차 파우치형 배터리 출하 감소와 신규 생산라인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이 반영됐다.


ESS 사업 '성장 엔진' 낙점… "매출 3배 확대"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에도 전기차 시장이 10%대의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며 수요 부진 현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 구매 보조금이 폐지된 이후 전기차 판매 추이가 꺾였고 주요 완성차 업체(OEM)들이 전동화 전략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전사 매출은 전분기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략 고객사들이 당분간 보수적인 재고 운용을 이어가겠지만,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차질 없이 생산 물량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연내 가동 예정인 현대차 및 혼다와의 JV(합작법인) 사이트 등에서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해 하반기 점진적인 물량 회복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2026년 시장 전망. LG에너지솔루션 IR 자료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성장을 전년 대비 10% 중반에서 20% 수준으로 잡고, ESS 사업을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확충에 따른 수요 증가 기회를 선점해 ESS 분야에서 40% 이상의 성장세를 달성하고, 전년 대비 3배 이상의 매출 확대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북미 ESS 수요 비중이 전체 북미 배터리 시장의 절반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ESS 사업 신규 수주 목표를 역대 최대인 지난해(90기가와트시(GWh)) 이상으로 설정하고, 글로벌 생산 역량도 2배 가까이 늘려 연말까지 60GWh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북미 현지 생산 안정화를 위한 전담 조직도 가동한다. 김민수 LG에너지솔루션 ESS 기획관리담당은 "일시적 가동 중단을 겪었던 미시간 공장은 현재 수율과 가동률이 안정화된 상태"라며 "생산부터 납품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북미 오퍼레이션 안정화 조직'을 신설해 수율과 공급망 관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 공급망은 인도네시아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다변화한다. 향후 한국 업체까지 범위를 넓혀 북미 규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2026년 성장 전략. LG에너지솔루션 IR 자료

전기차 사업은 축소가 아닌 선별적 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리튬인산철(LFP)·고전압 미드니켈 등 양산이 본격화되는 중저가 제품과 46시리즈 원통형 등 신규 모델용 생산에 차질 없이 대응할 방침이다.


46시리즈는 지난해 4분기 출하를 시작해 이미 300GWh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


안민규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 기획관리담당은 "올해 역시 작년 하반기 출시된 고객사 신규 모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견조한 성장이 예상되며 1분기부터 공급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매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기수주한 3개 고객사 대응을 위해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이르면 연말부터 순차 가동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미래 시장인 로봇 분야 선점도 가속화한다. 이미 휴머노이드 및 물류 로봇 분야의 선도 기업 6개사로부터 수주를 완료했다.


이연희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담당은 최근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진 로봇 시장 관련해 "(당사는)미국·한국·중국의 톱티어 고객들로부터 우선 협력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며 "하이니켈 NCM 기반 217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며 차세대 제품 개발 협력도 긴밀히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기술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전지는 2029년 흑연계 제품 상용화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무음극계 제품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ESS와 전기차향 공급을 목표로 각형 LFP, 각형 리튬망간리치(LMR) 케미스트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오창 공장에서 다수의 고객사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소듐 배터리는 LFP 대비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저온 성능과 출력 특성이 강점으로 2028년 이후 원가 경쟁력 확보 시 수요 확대를 예상하며 샘플 생산을 통해 고객과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투자 속도는 대폭 조절한다. 올해 시설투자(CAPEX)를 전년 대비 40% 이상 축소하고 기존 라인의 운영 효율 극대화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를 제외하더라도 의미 있는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를 넘어 ESS 등 다양한 산업으로 가치가 재편되는 '밸류 시프트(Value Shift)' 시기에 접어들었다"라며 "올해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운영 효율화 등 그동안의 노력을 실질적 성과로 구체화하고, 치열한 집중을 통해 기회를 성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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