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놀라운 질주…최태원 리더십 통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1.28 13:08  수정 2026.01.28 13:54

반대 속 하이닉스 인수…다운턴 국면서도 과감한 HBM 투자

"실패하더라도 책임" 의지로 결실…'뚝심'이 업계 선두 자리에

崔 "시총 2000조원 목표… 진짜 회사 바꿨단 얘기 듣고 싶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뉴시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가파른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단순한 업황 회복이나 기술 경쟁력을 넘어, 불확실한 국면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과 책임 경영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이 최근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목표로 '2000조원'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성과를 넘어 다음 국면을 준비하라는 리더십 메시지로 해석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신간 '슈퍼모멘텀'에서 SK하이닉스 인수와 HBM 개발 과정을 직접 회고했다. 그는 "HBM 스토리의 핵심은 AI"라며 SK하이닉스의 HBM 성공에 대해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아버지께 '일본 일류 기업보다 나은 회사를 만들어보겠다'고 약속드렸다"며 "그것(연간 3650억원 이익)이 꿈의 숫자였는데 그 꿈을 이뤄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그래도 아직 배가 고프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기술 1등'을 위한 차별화로 서버용 D램에 집중했고, 주요 타깃 고객 중 일부가 AI로 급전환하면서 시장을 누구보다 빨리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5년 6월 24일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넘었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며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몇 년 후면 목표를 1000조원, 2000조원으로 더 높여 잡을 것"이라면서 "그런 희망을 품어야 반도체 산업을 이어갈 수 있고 더 큰 꿈을 꿔야 거기에 맞춰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인터뷰에선 2030년 SK하이닉스의 목표 시가총액을 700조원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후 반년 만에 시총이 540조원을 넘어서자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경기 이천시 SK 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시스

최 회장의 이런 발언은 오는 29일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직전 공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결정적 타이밍에 베팅하고 판을 바꾼 최 회장의 전략으로 SK하이닉스가 슈퍼 모멘텀을 맞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행적 팹 투자, 메모리 다운턴(하강국면)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HBM 투자는 기술 리더십을 믿은 최 회장의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될 때부터 미운 오리였다. SK그룹의 인수 직전까지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던 부실 기업이었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진행할 때 그룹 내부에서 무리한 인수합병이라는 이유로 반대가 심했고, 인수를 주도했던 SK텔레콤 주가가 폭락할 정도로 시장 반응도 좋지 않았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수 인수를 앞두고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를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최 회장은 2024년 11월 SK AI 서밋에서 "창 회장은 반도체 미래가 밝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미래가 있으며 (SK가) 동업자가 되는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줬다"고 회고했다. 최 회장은 '슈퍼모멘텀' 인터뷰에서도 창 회장으로부터 "다운턴일수록 고객과 더 잘 연결돼야 하고 업턴(상승국면)에서 고객 위에 군림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인수를 강행했고 하이닉스 인수 후에는 직접 공동대표를 맡아 책임경영을 선언했다. 기술 경젱력 없이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대규모 투자를 지속했다. 메모리 다운턴 국면에서도 HBM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배경에는 기술 리더십에 대한 확신과 실패하더라도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당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움츠러들지 말고 한 발짝 더 내디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HBM을 포함한 메모리 전 분야에 매년 조 단위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고 2015년에는 M14를 비롯해 4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도 구체화했다. 구체적으로는 2010년대 초반 3조원 초반대였던 연간 투자액이 2022년 19조7000억원, 2024년 17조9000억원 등 연간 2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HBM2부터 HBM2E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기술 축적에 성공했고, 4세대(HBM3)에서 세계 최초 개발·양산 타이틀을 따냈다. 현재는 최선단 제품인 5세대(HBM3E)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산업 본격화와 함께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SK그룹 편입 직전인 2011년 당시 약 13조원이었던 시총은 꾸준히 우상향해 2021년 1월 8일 100조원으로 불어났다. 메모리 시장 침체로 2023년 3월 55조원대까지 쪼그라든 적은 있었지만, 이후 HBM 등 AI 고부가 제품들이 뜨면서 시총 규모는 다시 급격하게 커졌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HBM 리더십을 바탕으로 업계 선두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그룹 전반의 AI 반도체 투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예정이며, 특히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103조원 투자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HBM은 SK하이닉스의 것이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교체되면 AI가 돌아가지 않는 커스텀 제품"이라며 "우리에게 가격 결정권이 생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은 싸움의 전장을 바꿀 것이다. SK하이닉스를 글로벌 중앙 무대로 진출시켜 진짜 회사를 바꿨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인수나 HBM 투자는 모두 업황이 가장 어려울 때 내려진 결정이었다"며 "지금의 슈퍼 모멘텀은 기술보다도 '언제 베팅할 것인가'를 판단한 리더십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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