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상사 길들이기', 로코 얼굴 지운 레이첼 맥아담스…퇴근 없는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권력 역전 [볼 만해?]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1.27 13:32  수정 2026.01.27 13:33

스릴러부터 블랙코미디까지, 한 작품 속 다양한 장르에도 매끄러운 스토리라인

'직장상사 길들이기'는 제목만 보면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보이지만 직장 상사와 무인도에 갇힌다는 설정의 공포물이다. 회사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 괴로운 직원 린다(레이첼 맥아담스 분)와 죽일 만큼 미운 상사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 분)가 단둘이 고립된다. 이 곳은 와이파이도, 인맥도, 직급도 없는 섬이다. 회사에서 통하던 권위와 룰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두 사람은 생존이라는 현실 앞에서 서로의 민낯을 더 또렷하게 마주하게 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장르를 딱 잘라 '공포'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화면 속 풍경은 이상할 만큼 화창하고 배우들의 표정은 코믹해 웃음을 자아낸다. 무서워야 할 타이밍에 웃긴 얼굴이 튀어나오지만 웃고 있는 와중에도 언제 뒤통수 칠지 몰라 불안하다. 어떻게 보면 밝은 날씨가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느낌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 '어긋남'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든다.


영화를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이 말한 관전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누가 선한 역이고 악역인지, 그래서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확신이 서지 않게 만들고 관객 감정을 외줄타기처럼 왔다 갔다 흔들어 놓는다. 실제로 영화는 린다를 주인공으로, 브래들리를 악역으로 단순 배치하는 대신 관객을 계속 헷갈리게 만든다. 관객도 린다와 함께 브래들리에게 속고 있다는 기분이 들다가도 믿고 싶게 만든다. 반대로 어느 순간 관객도 린다와 함께 속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레이첼 맥아담스의 변신은 이 영화의 가장 확실한 재미다. '셜록 홈즈', '닥터 스트레인지' 등을 통해 다양한 연기 변신을 했음에도 국내에선 여전히 '노트북', '어바웃 타임'의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그녀가 '직장상사 길들이기'를 통해 한층 더 다양한 캐릭터로 각인될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린다는 무인도에 떨어진 뒤 갑자기 강철 멘탈의 히어로가 되는 캐릭터가 아니다. 소심하고, 눈치 보고, 그래도 할 말은 삼키는 사람인데 그 안에 생존 본능이 살아 있다. '할 수 있다'는 태도로 버티는 사람의 얼굴이 있어서 일반 관객이 보기에도 공감이 쉽다. 특히 린다의 다정함은 약점이 아니라는 부분을 알려주는 포인트에서 관객도 무의식에 그녀를 편견으로 봤다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딜런 오브라이언은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얄미운 상사 연기를 해냈다. 일 잘하는 여성 직원을 무시하고 인맥과 뒷배경에 기대 올라온 '네포베이비'는 무인도에 떨어져도 현실 파악을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얄미운 만큼 생존 리얼리티 애청자 린다에게 주객전도 되는 모습은 그만큼 쾌감을 준다.


공포, 스릴러부터 블랙 코미디, 정말 약간의 로맨스 장면까지 섞인 이 영화는 자칫하면 중구난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 라인으로 매끄럽게 흘러간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인에서 생존본능만 남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비위가 약하면 보기에 매우 불편한 장면이 꽤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속이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하는 게 좋다. 28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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