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LTV 정보 교환…최대 7500건 달해
법 위반 명확하게 인식…정보교환 흔적 제거
“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첫 사례”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을 교환·담합해 온 혐의를 받고 있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1일 공정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의 중요한 거래조건인 LTV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활용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혐의(공정거랩법 위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과징금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각 은행들이 담보대출로 얻은 이자수익을 기준으로 산정했다”며 “이 중 관련없는 매출액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LTV는 대출가능금액, 대출금리, 대출서비스 수준 등 은행·차주 간 담보대출 거래 내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거래조건이다.
LTV가 낮아지면 특정 부동산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차주들은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고 차주가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추가담보를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은 대기업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아 신용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한계가 있어 추가담보 제공도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 등의 경우 은행이 LTV를 어느 수준으로 결정하는 지에 따라 자금 조달 가능성과 규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공정위는 4개 시중은행이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들의 LTV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서로 교환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된 4개 시중은행 매출액은 약 6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매출액은 이자수익을 기준으로 산정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각 은행의 LTV 담당 실무자들은 필요할 때 다른 은행에 요청해 정보를 제공받았는데 당시 법 위반 가능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보교환의 흔적을 제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예컨대 실무자들은 직접 만나서 담보인정비율 정보를 인쇄물의 형태로 받아온 후 최대 7500개에 이르는 정보를 일일이 엑셀파일에 입력했으며 받아온 문서는 파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각 은행의 실무자들은 담당자가 교체되더라도 정보교환이 중단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별 정보교환 담당자, 교환 방법 등을 정리해 전·후임자 사이에 인수인계까지 하며 장기간에 걸쳐 정보교환 담합행위를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담보인정비율 평균값과 비주택 담보인정비율 평균값.ⓒ공정거래위원회
4개 시중은행은 제공받은 다른 은행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활용했다. 각 은행 모두 자신의 담보인정비율을 조정할 때 다른 은행의 정보를 어떻게 반영할지 세부 기준을 도입·운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특정 지역·특정 종류의 부동산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경쟁 은행에 비해 대출금 회수 리스크를 많이 부담하게 되므로 낮췄다.
반면, 자신의 담보인정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낮으면 고객 이탈로 영업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높였다.
공정위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4개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이 장기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각 은행은 경쟁 은행의 영업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중요한 거래조건인 담보인정비율을 통한 경쟁을 회피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차주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대형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이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결정된 담보인정비율은 정보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4개 은행의 담보인정비율 평균은 비담합은행에 비해 7.5%포인트(p) 낮게 형성됐다.
공장, 토지 등 기업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담보인정비율 평균은 차이가 더 큰 8.8%p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금융 분야에서 장기간 유지됐던 경쟁제한적 행태를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며 “독과점이 고착화된 분야에 경쟁을 촉진해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기술력·사업능력이 충분한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생산적 금융의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사건은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새롭게 규정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중요 거래조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제한한 행위도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공정위 제재 사항에 대해 면밀히 검토 후 차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KB국민은행도 “자료를 보고 검토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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