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힙합신은 ‘쇼미 의존증’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D: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1.18 14:01  수정 2026.01.18 14:01

1회 시청률 0.6% 기록…3만 6000명이라는 역대 최다 지원자 수 불구하고 대중 반응 냉담

엠넷, 대중적 서사의 본방송과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티빙 '야차의 세계'로 이원화

국내 힙합 신이 장기적인 침체기에 빠져 있다는 진단은 이제 낯설지 않다. 대중적 화제성의 하락과 신예 스타플레이어의 부재가 맞물리며 ‘힙합 위기론’이 대두된 가운데, 엠넷의 대표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12’가 지난 15일 3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과거 한국 힙합의 대중화를 이끈 핵심 동력이었던 만큼, 이번 시즌의 성패는 프로그램의 흥행을 넘어 국내 힙합 시장의 재부흥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엠넷

그러나 출발은 순탄치 않다. 1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0.6%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시즌 중 가장 낮은 출발이다. OTT 플랫폼으로의 시청층 이탈과 힙합 장르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수치로 풀이된다. 3만 6000명이라는 역대 최다 지원자 수에도 불구하고, TV 화면 밖 대중의 반응은 과거에 비해 냉담해진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번 시즌은 ‘낮은 시청률’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어떻게 힙합 신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난제를 안게 됐다.


이번 시즌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플랫폼의 확장과 세계관의 이원화다. 본방송이 대중적인 서사와 음원 경쟁력에 집중한다면, 티빙 오리지널로 기획된 ‘야차의 세계’는 심의와 규칙의 제약이 없는 날 것 그대로의 힙합 에너지를 담아낸다는 전략이다. 방송 심의 규정 탓에 거세될 수밖에 없었던 힙합 특유의 공격적인 래핑과 거친 감성을 가감 없이 노출한다. 이를 통해 코어 팬층의 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본방송에서는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확성기’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취지다.


최효진 CP는 “쇼미더머니 시리즈를 다년간 진행하면서 시청자께 어떻게 하면 새로운 서사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결과 티빙에서만 단독 공개되는 '야차의 세계'가 탄생하게 됐다”라면서 “'쇼미더머니12' 이야기 구조에 야차의 세계 랩 배틀이 더해진다. 두 세계를 넘나들며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한국 힙합 신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쇼미 의존증’이다. 특정 프로그램의 흥행 여부에 따라 장르 전체의 매출과 공연 시장의 규모가 결정되는 기형적인 구조다. ‘쇼미더머니’가 방영되지 않은 지난 3년 동안 힙합 공연 시장은 위축되었고, 차트 상위권에서 힙합 곡을 찾아보기란 갈수록 어려워졌다.


이번 시즌의 성패가 중요한 이유는 프로그램 자체의 수익성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힙합 산업 전반이 자생력을 갖추고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일시적인 유행을 만드는 데 그친다면 ‘쇼미 의존증’은 더욱 심화될 것이나, 출연 아티스트들이 방송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팬덤을 형성하고 다양한 서브 장르로의 확산을 이끌어낸다면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현재 힙합 신은 이른바 ‘대어’급 신인의 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하온 등 기존 우승자들의 재도전이 화제를 모으고 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스타의 부재를 방증하기도 한다. ‘쇼미더머니 12’가 단순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에 머물지 않으려면,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는 새로운 아티스트의 발굴이 필수적이다.


특히 글로벌 예선을 확대하고 24개 언어의 랩을 포용하려는 시도는 고착화된 한국 힙합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노력으로 평가받는다. 힙합을 다시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 다양한 하위문화와 공생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시즌에 부여된 진정한 숙제다.


0.6%라는 낮은 시청률로 시작한 ‘쇼미더머니 12’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숫자로 나타나는 흥행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힙합이라는 장르를 소모하는 방식이다. 본방송과 ‘야차의 세계’라는 시스템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아티스트의 자생력을 키워줄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방송국의 편집 기술에 의존한 반짝 흥행에 그칠 것인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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