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판매대. ⓒ연합뉴스
흡연 피해 책임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다시 한 번 패소했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등법원은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 중증 질환 치료비가 장기간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돼 온 구조에 대해 원인 제공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됐다. 소송 과정에서는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담배의 중독성과 위해성, 제조사의 정보 제공 책임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대상자들이 1960~1970년대 흡연을 시작할 당시 이미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당시의 의학적·사회적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 흡연이 니코틴 중독이라는 점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시점과 이후 공중보건 정책 변화 등을 감안하면 과거 흡연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전제로 선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다만 항소심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전면 부정한 1심과 달리 일부 판단에서는 변화도 보였다. 장기간 고도 흡연자였고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폐암·후두암에 걸렸다는 점이 인과관계 판단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고 명시했다. 흡연 피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해외 사례와의 대비도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흡연 피해를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보고 담배회사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과 제도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국내에서는 같은 담배를 피운 흡연자에게 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은 판결 취지와 판단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상고를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담배로 인한 건강 피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다룰지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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