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정심, 의대 증원분 ‘지역의사제’ 활용 방안 검토
의료계 우려 여전…“구조적 문제 해결 우선, 정책 실패될 수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2027학년도 이후 의대 모집 인원 증원분을 전원 ‘지역의사제’로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면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의사제가 지방 의료 인력난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의료계는 근무 여건과 보상 체계 개선 없이 인력 배치만 늘려서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지난 13일 열린 제3차 회의에서 2027학년도 이후 의과대학 모집 인원 증원분을 전부 지역의사제로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보정심은 보건복지부 장관 산하 의료정책 심의기구로, 현재 2027학년도 대입에 적용될 의대 모집 인원 규모를 심의 중이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입학 시 지역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의료 취약지 등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졸업 후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 명령을 거쳐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지난해 12월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며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는 지역의사제가 지방 의료 인력난을 완화하고, 응급·필수의료 공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3일 보정심 회의에서 “양적 규모나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논의의 궁극적인 목적인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목표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세부 운영 방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의료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계속 우려를 제기해왔다”며 “이제 법이 만들어진 이상 숙제는 정부에 돌아갔다. 잘 진행되길 바라지만 현재 분위기로 보면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지역 의료 문제가 단순히 ‘의사 부족’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보상, 과중한 업무 부담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강제 배치만 늘려서는 지속 가능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근본대책은 필수의료를 활성화할 방안을 만드는 것이지, 사람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역의사제는 실효성이 낮은 10년짜리 단기 처방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복무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무 기간이 끝난 뒤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정책 효과는 단기 성과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10년의 의무복무가 끝나면 대부분 40대가 된다. 40대는 의사로서 학식과 의술이 꽃을 피우는 핵심 시기인데, 그때 지역을 떠난다는 건 귀한 의료 인재를 잃는 것과 같다”며 “지금 제도를 시작해도 전공의 과정을 마치면 10년 뒤인데, 그동안 지역 의료는 어떻게 버틸 것인지도 우려된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는 “현재 지역 인구가 고르게 분포돼있지 않은 데다, 학교조차 군데군데 폐교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의료진 양성에만 집중하면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27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 복지부는 공개토론회와 의료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의료계와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내달 3일께 최종 결론을 도출할 방침이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최종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은 오는 31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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