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 기대와 다른 제조업 현실…확장 경영은 '소수'
환율·통상 불확실성에 발목…제조업 "정책 체감이 관건"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최근 소비 심리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최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른바 '내수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조업의 시각은 이와 다소 결을 달리한다. 제조업은 소비보다 투자·수출·환율 등 대외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체감 경기는 여전히 놁록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제조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전략이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맞춤 지원과 함께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 규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내수 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고환율·대외 불확실성·투자환경 악화가 겹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5.4로 나타났다. BSI는 기준치인 100을 웃돌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밑돌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지수는 2022년 4월(99.1) 이래 3년 10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91.8로, 비제조업(98.9)보다 낮았다.
중견기업들 역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중견기업 8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1분기 중견기업 경기 전망 조사'에서 1분기 경기 전반 전망지수는 82.1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전 분기 대비 0.7%p 상승했지만, 여전히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통신장비(89.7), 화학물질·석유제품(84.5), 자동차·트레일러(75.3), 식음료품(73.2), 1차금속·금속가공(68.1) 등 제조업 전반에서 부진한 전망이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280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이 바라본 2026 경제·경영 전망' 조사에서도 국내 기업 40.1%가 올해 전반적인 한국경제 경기흐름이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예상한 기업은 36.3%였으며, '전년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23.6%로 둔화를 예상한 기업의 절반수준에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이 같은 경기 인식은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도 반영됐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2026년 경영계획 핵심기조 질문에 기업 79.4%가 '유지경영' 또는 '축소경영'으로 답했다. 이중 '유지경영'을 선택한 기업 비중이 67.0%에 달해 '확장경영'을 택한 기업(20.6%)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는 2024년 조사 당시 유지·축소 경영 비중이 65.0%였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들의 경영 기조가 한층 더 보수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이 경영계획 수립 과정에서 가장 중시한 요인은 '경기·수요 전망'으로, 응답 비중이 52.0%에 달했다. 이어 ▲비용 및 수익성 요인(25.9%) ▲기업 내부사정(7.6%) ▲정책·규제환경 변화(7.5%) ▲대외 통상리스크(7.0%) 순으로 나타났다.
특정 업종에만 회복세가 집중되며 전반적인 경기 개선 흐름이 불확실한 가운데, 기업들은 올해 실적 목표 역시 공격적으로 설정하지 않은 모습이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내수와 수출 부문 모두에서 '전년도 실적 수준 유지'를 목표로 한다는 기업들의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목표치를 조정한 기업 중에서는 '확대' 응답이 '축소'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 그쳤다.
제조기업들이 꼽는 경제 성장 제약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환율 및 변동성 확대 ▲유가·원자재가 변동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통상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요인이 지목되고 있다. 국내 요인으로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입법, 고령화에 다른 내수 구조 약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계에서는 올해 경제 활성화와 기업 실적 개선을 위해 정부가 환율 안정화 정책과 국내 투자 촉진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관세 등 통상 대응을 강화하는 동시에 소비 활성화 정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올해 수출과 내수가 동반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산업별 회복격차와 고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신중한 경영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정부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소비·투자·수출 전반에 걸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한 만큼 정책의 효과가 실질적 성장 모멘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업종별 맞춤 지원과 더불어 과감한 인센티브 및 규제 개선이 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최근 내수 지표 일부에서 바닥 신호가 포착되고는 있지만, 제조업 입장에서는 투자와 수출, 환율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특히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원가 부담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어 당분간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성장 전략이 현장 체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세제·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 등 보다 직접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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