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와 지정학적 변화에 삼바로직스·셀트리온 호재
시장 환경 개선에 바이오 투심도 기지개, 연초부터 IPO 활발
약가 제도 개편에 제네릭 위주 제약사 타격, R&D 체질 개선
대웅제약 연구원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공급망 재편, 고환율에 따른 수혜 등 기회 요인과 함께 약가 제도 개편,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의 불안 요인이 산재해 독자적인 경쟁력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강달러·생물보안법 통과에 CDMO 전망 ‘맑음’
올해 가장 큰 외부 환경 요인은 강달러와 지정학적 변화에 있다. 최근 14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 기조와 미국의 중국 바이오 퇴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2026년 전망에 ‘파란불’이 켜졌다. 원료 수입 비중이 높은 내수 중심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커지겠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시밀러 기업과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을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고객사와 달러를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CDMO 기업들에게 고환율은 ‘앉아서’ 이익을 늘리는 효과를 준다. 실제로 글로벌 수주를 늘리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호적인 환율 효과와 공장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6600억원을 돌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압도적인 생산 능력과 제조 효율성을 기반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 최초 연 매출 5조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은 ‘생물보안법’ 또한 국내 CDMO 산업에 날개를 달아 줄 전망이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거대 경쟁사들이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배제되면서 그 공백을 메울 최적의 대안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CDMO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따라 국내 CDMO 기업들의 수주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분기 풀가동 효과에 더해 고환율이 지속돼 매출 고성장이 꾸준히 기대된다”며 “생물보안법과 미국 공장 추가 매출 등의 영향이 올해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가오는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시밀러에겐 ‘기회’
바이오시밀러 분야 역시 올해 ‘기회의 해’를 맞이했다. 2025년부터 만료되기 시작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는 국내 시밀러 기업들에게 새 영토를 열어줄 전망이다.
지난해 특허가 만료된 존슨앤존슨의 스텔라라와 암젠의 프롤리아·엑스지바를 비롯해 BMS의 엘리퀴스,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 등 여러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올해부터 특허가 만료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 특허도 올해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중국과 인도, 브라질, 캐나다 등의 시장에서 본격적인 제네릭(복제약) 경쟁이 시작될 예정이다.
연간 수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약물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30년 73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로 성장이 점쳐진다. 선제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시밀러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수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은 미국 내 직접 판매망 구축과 함께 현지 생산 시설 인수를 꾀하며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허 만료에 따른 조기 시장 진입은 물론, 미국 시장에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얼어 붙었던 바이오 업계 투자 심리도 다시 기지캐를 켜고 있다. 올해는 아델,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등 ‘조’ 단위 기술수출 성과를 낸 기업들이 상장 예비 심사에 나서면서 IPO(기업공개) 시장이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 누적 공모액이 1조원에 육박한 데 이어 올해는 금리 인하,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에 따른 기술 수요 확대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인 시장 환경 개선이 기대된다.
내수 중심 제약사, 커진 불확실성에 ‘체질 개선’ 본격화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약가 제도 개편 비대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반면 국내 매출 비중이 높은 전통 제약사들의 기상도는 다소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의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에 따른 영업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오리지널 상한가의 53.55%에서 40%대로 대폭 낮추는 개편안을 추진, 제약사들의 제네릭 중심 사업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의 약가 인하 개편안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윤웅섭 일동제약 회장은 “국내 상위 100대 제약사의 순이익률이 3%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약가 산정 비율을 40%로 낮추는 것은 산업 전체에 연간 3조6000억원의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제약 산업 기반이 무너질 경우 산업 특성상 장기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은 ‘AI 신약 개발’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제시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종근당은 AI 기술로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대웅제약은 데이터 기반의 통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는 유한양행 역시 국산 항암 신약 렉라자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을 목표, 신약 R&D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내수 시장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의 영역 확대를 주문한 제약사도 있다. 지난해 백신과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의 가파른 매출 확대로 ‘3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GC녹십자는 올해를 글로벌 시장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거듭나는 원년으로 삼고,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6년 국내 제약·바이오는 수출형 기업과 내수형 기업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기회로 바꾼 CDMO, 시밀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안착하는 반면 전통 제약사들은 AI 신약 등 혁신을 통해 제네릭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또한 올해 신년사에서 “약가 인하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지금 우리는 그 어느 해보다 냉철하고 치밀한 대응 전략을 요구 받고 있다”며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더욱 단단히 만들어 나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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