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주기 단축에 과징금 10배까지”…유통업계, 새해에도 잇단 규제에 ‘비상’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6.01.09 14:31  수정 2026.01.09 14:31

공정위,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추진…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

정부, 형사처벌 대신 과징금 상향…업계 "투자·혁신 위축 우려"

유통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잇따른 규제 리스크 확대로 비상에 걸렸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유통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잇따른 규제 리스크 확대로 비상에 걸렸다.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업을 옥죄는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올해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통사의 대금 지급 기한을 대폭 단축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 기한은 상품 수령일로부터 현행 60일에서 30일로 줄어든다. 다만 한 달 매입분을 한꺼번에 정산하는 ‘월 1회 정산’ 방식은 매입 마감일(월 말일)로부터 20일 이내 지급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기로 했다.


백화점 등에서 주로 활용되는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 거래의 경우에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지급해야 하는 기한이 기존 40일에서 20일로 단축된다.


공정위가 132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일부 기업들의 정산 주기는 법정 상한선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쿠팡(52.3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40.9일) ▲홈플러스(46.2일) ▲전자랜드(52일) ▲메가마트 엠춘천점(54.5일) ▲마켓컬리(54.6일) ▲다이소(59.1일) ▲영풍문고(65.1일) 등이다.


업계 평균 대금 지급 기간은 직매입 27.8일, 특약매입 23.2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업체의 정산 기일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기업별로 규모나 자금 구조가 서로 다른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플랫폼은 정산 기한이 단축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경영 전반이 크게 흔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괄적인 정산 주기 적용은 신생·중소 플랫폼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규모별 차등 적용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시 형벌 대신 과징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30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형사 처벌은 없애는 대신 불법 행위에 금전적 불이익을 강화해 실질적인 처벌 효과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배타적 거래 강요, 납품업체 경영 간섭 등 일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시 기존 징역 2년의 형사처벌 규정은 삭제되고 시정명령 미이행 시 정액 과징금을 기존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기업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 한도도 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라간다.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에 따른 부담 격차 확대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제한적인 반면 중소기업은 과도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규제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여기에다 법 위반에 따른 책임이 경영진 개인이 아닌 기업에 집중되는 만큼 경영진의 책임 의식이 약화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과징금 부담은 기업 전반의 투자와 혁신을 위축 시킬 가능성도 높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징금 산정 기준 등 좀 더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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