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망보고서] 트럼프 청구서·탄소장벽 본격화…공급망 안정·시장다변화 필수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입력 2026.01.05 07:30  수정 2026.01.05 07:30

對美 3500억 달러 투자 본격화

EU CBAM으로 수출 원가 급등 전망

공급망 안정화·수출 시장 다변화 '핵심'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뉴시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 사상 처음으로 '수출 7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올해 글로벌 통상 여건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관세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미국에 대한 3500억 달러 투자에 대한 강력한 압박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 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對美 3500억 달러 투자 본격화…국내 투자 감소 우려 제기


올해 우리 통상 정책의 핵심 과제는 지난해 관세 폭탄을 방어하는 대가로 미국에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에너지 구매다. 2026년은 이 거대한 자본이 실제로 미국 땅으로 건너가기 시작하는 해다.


미국 투자로 인해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설비를 확충하는 데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게 되면 정작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제조업 공동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일자리와 부품 협력사들의 일감은 미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크다.


정부도 이러한 우려를 알고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환율이 치솟자 연간 한도가 200억 달러(약 30조원)인 대미 투자의 속도 조절 방안 검토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해 24일 기획재정부(당시)는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 지원 방안' 관련 브리핑에서 2026년 대미(對美) 투자 규모는 200억 달러보다 훨씬 작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CBAM으로 수출 원가 급등 전망…'그린 관세' 현실화


유럽 시장에서는 '탄소세'가 우리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잃게 하는 핵심 변수. 올해부터 EU의 CBAM이 본격적인 비용 부과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들은 수출 시 막대한 탄소 인증서 구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고서를 제출하던 수준을 넘어 기업이 직접 '현금'을 내야 하는 실질적인 비용 부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자체적인 탄소 저감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중견 수출 기업들은 수출 단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유럽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는 우리 수출 제품이 '품질'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량’으로 평가받고 돈을 지불해야 하는 가혹한 해가 될 것이다.


이날 경기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뉴시스
공급망 안정화 '관건'…수출 시장 다변화 '필수'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공급망 리스크는 더욱 상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강화될수록 우리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핵심 광물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2026년 무역은 '얼마나 파느냐'보다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아세안(ASEAN), 인도, 중동 등으로 무역 영토를 확장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특정 국가에 쏠린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다변화 전략만이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무역 구조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수출 7000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국 다변화의 영향이 컸다. 올해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3.8%와 1.7% 줄었지만 아세안(+7.4%), EU(+3%), 독립국가연합(CIS·+18.6%), 중동(+3.8%), 중남미(+6.9%)는 증가한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올해에도 반도체 수요의 지속성,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멕시코 관세율 인상 등의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 통상현안을 면밀히 관리하는 동시에 일본, EU, 아세안 등 주요 교역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여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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