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이어 SH도 전세임대 요건 강화…‘안전한 임대매물’ 씨 마를라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12.10 16:49  수정 2025.12.10 17:17

전세사기 예방…SGI, 전세임대주택 임대인 요건 강화

선량한 임대인도 ‘낙인’…전월세 상승 속 임대 공급 축소 불가피

주거취약계층 등 무주택 임차인 주거비 부담 가중 우려

ⓒ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이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도 전세임대 요건을 강화하면서 내년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한 공공 공급 전세임대주택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보증금 미반환 등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전세임대 지원가능주택 요건을 강화하면서 사업에서 제외되는 임대인들이 크게 늘게 됐다. 이에 따른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 불안도 가중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SH는 최근 전세임대주택 임대인에게 ‘전세임대주택 신용보험 임대인 제한 요건 신설 안내’라는 제하의 공문을 일괄 발송했다. 앞서 LH가 발송한 ‘전세임대 지원가능주택 심사 기준 변경예정 안내’ 공문과 같은, 전세임대주택의 임대인 요건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전세임대주택은 무주택 저소득층을 비롯해 청년·신혼부부, 주거취약계층 등이 현 생활권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LH나 SH 등 공공이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체결, 임차인에게 재임대하는 주거복지 제도다.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임차인은 지원받은 금액(보증금)에 따라 연 1.2~2.2% 정도 저리를 적용해 산정한 금액을 월 임대료 형식으로 지불한다.


소득 및 자산 기준 등 요건을 충족하면 임차인은 최소 2년부터 최장 30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임대인은 안정적으로 전세를 놓을 수 있고 임차인은 시세 대비 저렴한 금액으로 장기간 지속 거주할 수 있단 점이 특징이다.


LH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세임대주택 재고물량은 전국 30만1246가구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7만7663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이 7만3981가구, 인천이 2만7445가구 등으로 수도권에 전체의 59.4%가 집중돼 있다. SH 물량까지 더하면 서울 전세임대주택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 제공

하지만 내년부터 전세임대주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LH와 SH는 SGI서울보증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주택에 한해 전세임대주택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기존에는 보증사고로 채무를 미변제한 소위 ‘악성 임대인’만 사업 참여가 제한됐으나 앞으로는 이를 포함한 법인 임대인, 보증보험 가입건수가 10건을 초과한 개인 임대인도 모두 제한된다.


일례로 서울 성북구·서대문구 등에서 청년 및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LH 전세임대 33가구를 운영 중인 A 씨는 당장 내년 신규 계약 건부터 사업이 제한된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전무하지만 보증보험 가입건수가 10건을 넘는단 이유로 ‘고위험 임대인’으로 분류되는 탓이다.


이는 보증금 미반환 등 전세사기가 확산하면서 주요 보증기관들의 재무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조치다. SGI서울보증은 안내문을 통해 전세임대주택 신용보험의 안정적 운영과 보증사고 예방을 위해 가입 요건을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아파트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전세 기피 등으로 월세도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공공이 운영하는 전세임대주택마저 축소되면 임차인 거주 비용은 더 가중될 우려가 크다.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 임대인마저 사업에서 배제되면 임대주택 공급 부족은 불가피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 같은 주거지원사업이 축소되면 무주택 임차인들의 주거 비용 부담 및 주거 불안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 대표는 “(보증금 미반환 등) 사고율이 높은 곳에 오히려 더 집중 지원하는 게 주거복지 정책의 방향”이라면서 “사고율이 높다고 보증보험 가입을 제한하고 전세임대주택 사업에서 제외시키면 오히려 주거취약계층이 혜택을 받지 못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의 역할이 비대해지다 보니 재정 부담이 크거나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에 대해선 아무리 공공성을 내세우더라도 줄여나갈 수 밖에 없다”며 “악성 임대인을 걸러내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주거복지 차원에서 좋은 사업이라면 연속성 있게 이어 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월세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지 않냐”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 기금으로 운용되는 주거복지사업도 위축되면 무주택 서민 주거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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