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만큼은 후진국'…李대통령, 산업역군 만나 "일하다 죽는 일 최소화"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2.04 14:23  수정 2025.12.04 14:35

청와대 영빈관에 산업현장 누빈 90여명 초청

산재사고 언급하며 "여전히 일하는 현장 참혹"

"여러분이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영웅들"

"경제 뒷받침, 산업역량이 우리 힘 그 자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역군 초청 오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무역의 날(12월 5일)을 맞아 조선·자동차·섬유·전자·기계·방산·해운 등 우리 경제 발전에 헌신해 온 산업역군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마련됐다. ⓒ연합뉴스

'소년공'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다른 건 다 선진국 소리를 듣는데 중대·산업재해, 산재사망 이런 데에서는 사실 참 후진국"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역군 초청 오찬 '대한민국을 만든 손, 그 손을 맞잡다' 모두발언에서 "왜 산업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많느냐, 다른 나라보다 어떻게 일하다 죽는 사람이 비율로 따지면 두세 배가 더 많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도 1년에 1000명씩 죽어간다. 모든 산재 사망 사고는 다 보고하라 해서 매일 보고 있는데, 매일 죽었다는 소리가 올라온다"며 "떨어져서 죽었다, 끼여서 죽었다, 졸다가 어떻게 해서 죽었다, 기계에 끼여서, 여전히 일하는 현장은 참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압박도 해보고 겁도 줘보고 수사도 해보고 야단도 쳐본다"며 "취임 이후 대형 사업장은 산재·사망 사고가 많이 줄었다는데 소형 사업장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 50인 미만 자꾸 이런 데서"라고 했다. 이어 "전체적으로는 준 게 아니라 똑같더라. 오히려 조금 더 늘었다. 이런 문제들도 우리가 꼭 해결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산업현장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대한민국을 오늘 이 자리까지 끌어왔지만 이제 앞으로 갈 길은 조금 더 선진화돼야 되겠다"며 "특히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거나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하다 죽는 일은 최소화하고 노동자들도 상응하는 보상을 받고 점점 앞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들텐데 양극화는 심해질텐데 정부가 어떻게든지 총력을 다해서 (일) 강도라도 줄이고 (양극화) 차이를 조금이라도 더 적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경제 상황에 대해 이 대통령은 "요새 얼마나 사는 게 팍팍하냐. 경제가 조금은 다행히 하향곡선에서 바닥을 찍고 상향으로 돌아서긴 섰는데, 이 정도 회복 가지고는 안 되겠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조금 더 성장을 강화해서 새로운 기회도 많이 생기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우리 국민이 공정하게 기회를 누리고, 기여한 만큼 몫이 보장받는 공정한 성장을 이뤄내 우리 사회가 함께 손잡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나라는 딱 한 나라가 있는데, 그게 대한민국"라며 "정말 성실하고 영민하고 뛰어난 국민이 현장에서 처절하리만큼 열심히 일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약 6개월간 한반도에서 벌어진 사태를 언급하며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고 하니까 처음엔 '북한인가 보다' 하다가 '노스(북한)가 아니라 사우스(남한)였어'라며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국민의 손으로 폭력 사태 없이 평화적으로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과정을 보며 '놀라운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쟁력의 근저로 산업·경제 역량을 꼽았다. 그는 "문화 역량과 민주주의도 결국 경제력에서 나온다"며 "이 경제를 뒷받침하는 산업 역량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힘 그 자체다. 그 속에 여러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의 기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영웅들"이라며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 중심에는 명확히 국민의 노력이 있고, 그 중심에 대한민국의 위대한 노동자와 기업인이 있는 것"이라면서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들은 뒤 자신의 소년공 시절 겪었던 고단한 노동 이야기도 꺼냈다. 노동현장의 냉혹함을 몸으로 겪어본 만큼 산업역군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취지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역군 초청 오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무역의 날(12월 5일)을 맞아 조선·자동차·섬유·전자·기계·방산·해운 등 우리 경제 발전에 헌신해 온 산업역군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마련됐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찬에는 산업계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지역 기업인 8명, 산업현장에서 장기 재직 후 은퇴한 산업역군 90여명이 참석했다.


특별한 산업 역군들도 자리에 함께했다. 우선 1982년 대우어패럴에 입사한 구로공단 1세대 여성 근로자로 현재도 미싱사로 일하며 노동운동 등에 참여하고 있는 강명자 씨와, 1973년 6월 9일 포스코가 제1고로(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원통형 가마)에서 첫 '쇳물'을 만들어 낼 당시 현장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이영직 당시 포스코 토건부 차장이 행사장을 찾았다.


'포니'와 '에쿠스' 등 34종의 자동차 모델 개발을 주도해 산업포장과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이충구 연합시스템 경영고문(전 현대자동차 사장) 등도 함께 했다. 또 대를 이은 선박 도장 부자 백종현·백승헌 씨, 지상화기 17종의 국산화에 기여한 'K 방산 명장' 박정만 씨, 초기 파독 광부로서 현지 기술력을 국내에 전수한 심극수 씨 등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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