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논란 후속 조치로 중량 의무화
10대 프랜차이즈만 우선 적용되는 기준
업계 “정부 방침 수용…시장 혼선 줄여야”
부위 메뉴 중량 편차, 적절한 기준 필요
ⓒ데일리안DB
정부가 오는 15일부터 치킨 메뉴에 조리 전 중량 표시를 의무화하면서 치킨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교촌치킨의 ‘부위 변경·중량 감축’ 논란 이후 불거진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브랜드별 기준 마련과 운영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용량 꼼수’의 종지부가 될지, 또 다른 논쟁으로 번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계획을 담은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이하 대응방안)을 합동으로 발표했다.
우선 치킨 전문점이 메뉴판에 가격과 함께 닭고기의 조리 전 총중량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한다. 현재는 치킨점을 포함한 외식 분야에 중량 표시제가 도입돼 있지 않다.
원칙적으로 몇g인지를 표기해야 하지만 한 마리 단위로 조리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10호(951∼1050g)'처럼 호 단위로도 표시할 수 있게 한다.
인터넷으로 포장 주문을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중량을 밝혀야 한다.
이는 최근 교촌치킨이 재료로 쓰는 닭 부위를 변경하고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을 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사례 등이 이번 조치의 배경 중 하나로 알려졌다. 교촌치킨은 대표이사가 국감에 불려 나간 뒤 메뉴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한 바 있다.
치킨 중량 표시제는 BHC, BBQ치킨,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굽네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멕시카나치킨, 지코바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10대 가맹본부 및 소속 가맹점에 적용한다.
이들 치킨 브랜드의 가맹점은 전국에 약 1만2560개가 있으며, 이는 전체 치킨 전문점(약 5만개)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번 대응방안은 외식 분야에 중량 표시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가운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새롭게 해석해 다수 소비자가 즐겨 먹는 치킨의 단위 가격을 파악할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 제도는 15일부터 시행하고 정기 점검과 수시 점검을 병행해 제도의 정착을 도모한다.
다만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내년 6월 말까지는 위반이 적발되더라도 별도의 처분 없이 올바른 표시 방법을 안내한다. 계도 기간 종료 후에는 시정 명령을 내리고 반복 위반하면 영업정지 등의 강력한 처분을 한다.
서울 소재 교촌치킨 매장의 모습.ⓒ뉴시스
치킨업계에서는 정부의 조치를 대체로 수용하겠다는 분위기다. 중량 논란이 반복되며 소비자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시장 혼선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리 후가 아닌 조리 전 중량을 표기하는 방식이라 현실성이 높다”며 “정책 방향이 정해진 만큼 계도 기간 동안 기준에 맞춰 성실히 이행하는 곳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량 표시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는 수용 기조 속에서도,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 현장 혼선을 최소화할 세부 기준 마련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마리 치킨처럼 기준 설정이 뚜렷한 메뉴와 달리 콤보·윙·북채 등 부위별 메뉴는 손질 방식과 원료 특성에 따라 중량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는 대로 중량 표시제를 성실히 따를 계획”이라며 “다만 한 마리 치킨과 달리 콤보·윙·북채 등 특정 부위 메뉴는 손질 방식과 부위 특성에 따라 중량 편차가 커 표시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계도기간 동안 정부와 업계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실제 매장 운영 환경을 충분히 반영한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 나오면 운영 부담만 커질 수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전국 치킨 브랜드가 700개를 넘는 상황에서, 소비자 알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면 대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영세 브랜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세하다고 해서 중량 표기 의무에서 제외되는 것이 곧 ‘표시를 덜 해도 된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주기적으로 감시받는다는 표현은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다”며 “정직하게 운영해온 입장에선 다소 억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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