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0대 가구주 넷 중 셋은 ‘무주택자’…역대 최대
수십억 시세차익 챙긴 이억원·다주택 보유 논란 이찬진
“시장 안정의 출발점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
서울의 30대 무주택 가구가 지난해 52만7000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최대치다.ⓒ뉴시스
서울의 30대 가구 넷 중 셋은 자기 집이 없다.
주택 소유가구의 비중을 뜻하는 주택 소유율이 25%대로 추락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30대 무주택 가구는 지난해 52만7000가구를 넘어섰다.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최대치이자, 사실상 기록적 주거 절벽이다.
정부는 연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외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모든 대출을 틀어막고, 규제의 고삐를 죄고, 청년층에는 ‘무리한 주택 매수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정작 대출을 제한하고 규제를 설계하고 집행한 공직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아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가 정책의 방향타를 쥔 고위 공직자 절반이 ‘다주택자’다. 그들의 집 10채 중 4채는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갭투자와 다주택 논란으로 줄줄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사과문은 표현만 달랐을 뿐, 결국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틀에 박힌 문장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문제는 눈높이가 아니다. 행동의 본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서울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를 두 차례나 ‘실거주 없이’ 보유했다. 재건축 이후 시세 차익은 수십억원대에 이르렀다.
이 위원장은 해외 근무 중이었다고 수차례 해명했지만, 이는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한쪽에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해 시장 진입 문턱을 더 높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재건축의 레버리지 효과를 누구보다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주택 보유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자녀에게 양도하겠다”고 말해 ‘아빠 찬스’ 논란을 자초했다.
이를 사과한 다음에는 “한 채를 시장에 내놨다”고 밝혔는데, 해당 매물의 가격은 한 달 사이 4억원이 뛰었다.
그들의 해명과 조치가 오히려 문제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규제의 칼날이 서민과 청년층을 향하는 동안 정책을 설계하고 시장을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 수장들은 강남 아파트와 다주택을 활용해 수십억원대 자산을 증식했다.
반면 청년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정부의 대출 규제는 청년층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을 더욱 좁혔다.
고위 공직자들이 강남 부동산을 돌려세워 시세차익을 챙기는 사이, 청년들은 전세와 월세를 떠돌며 미래를 저당 잡히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강력한 대책이 아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바라는 부동산 시장 안정의 출발점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될 것이다.
지금처럼 수십억대 아파트를 돌려세우며 시세차익을 챙기는 기득권의 내로남불로 신뢰가 무너진 시장에서는 그 어떤 대책도 허공에 흩날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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