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랭글러는 진흙 좀 튀어야 제맛…'대체불가' 지프의 매력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1.11 06:00  수정 2025.11.11 06:00

지프 랭글러 루비콘 온로드·오프로드 시승기

낙엽, 돌길에서도 뛰어난 접지력…오프로드선 '천하무적'

'불편한 차'는 옛말…빠릿한 디스플레이와 현대적 인테리어

랭글러 모델들이 정선군 병방산 국립공원 트레킹 코스를 지나고 있다. ⓒ지프





"나뭇가지는 피하지 말고 지나가시면 됩니다. 튼튼하게 만들어져 흠집이 웬만해선 안 나요. 원래 이렇게 쓰는 차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나뭇가지들이 차 유리 앞을 계속 막아서자 무전기를 통해 이런 말이 들려왔다. 두꺼운 나뭇가지가 차량 도장면에 닿아 '퉁퉁' 소리를 내는 데도 '원래 이렇게 쓰는 차'라니. 웬만한 차로는 오를 수 없는 울퉁불퉁한 산자락에서 만난 지프는 그 어떤 차보다도 든든하고 매력적이었다.


지난 6일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모델을 타고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병방산 국립공원 트레킹 코스와 기우산 임도 코스를 달려봤다. 중상급자를 위한 오프로드 코스로, 각각 12km, 6km에 불과한 거리지만 험난한 노면 사정 탓에 이 코스를 돌아 나오는 데는 무려 한 시간이 소요됐다.


랭글러 모델들이 정선군 병방산 국립공원 트레킹 코스를 지나고 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지프 랭글러에서는 노면 상황에 따라 기어를 크게 ▲2H(이륜) ▲4H(사륜) 오토 ▲4H 파트타임 ▲4L(사륜 로우) 등 4가지로 바꿔 이용할 수 있는데, 평상시 온로드(포장도로)에선 이륜과 사륜 오토를 크게 벗어날 일이 없지만 오프로드에서는 4H 파트타임과 4L 기어를 통해 말그대로 '천하무적'이 된다.


오프로드 코스 진입 후에는 기본적으로 상시 사륜 모드인 '4H 파트타임'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커다란 바위나 통나무 등 지나기 어려운 장애물이 등장하면 '4L' 기어를 이용한다. 사람이 걸어서 지나도 아찔할 정도로 험난한 길의 연속이었지만, 랭글러는 접지력을 잃게 만드는 무성한 풀과 돌들도, 숨 돌릴 만 하면 등장하는 급격한 헤어핀 구간도 아주 가뿐히 주파해냈다.


오프로드 주행이라고 해서 흔들림과 높은 피로도를 애써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루비콘 모델에만 탑재된 '전자식 스웨이 바 디스커넥트' 덕분인데, 좌우 서스펜션을 붙잡아 롤링 현상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양쪽 바퀴가 노면에 맞게 각각 움직이면서 자유자재로 접지해 험지에서 더욱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깊게 패인 흙길을 지나면서 스웨이바 분리 버튼을 누르자 여기저기 흔들리던 차체가 귀신같이 안정성을 되찾았다.


랭글러 모델들이 정선군 병방산 국립공원 트레킹 코스를 지나고 있다. ⓒ지프

숨기고 있던 매력을 모두 발견하려면 오프로드에 진입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용으로 타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지프에 따라 붙는 '감성으로 타는 차', '불편한 차'라는 수식어는 이제 옛말이다.


지난해 2017년 이후 6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친 랭글러는 감성으로 치부됐던 불편한 요소들을 모조리 개선해냈다. 특히 온로드 주행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바로 디스플레이다.


신형 랭글러에는 역대 랭글러 중 가장 큰 12.3인치 터치스크린이 탑재됐고, 화면 전환 및 반응 속도도 기존 모델 대비 5배 빨라졌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고, 국내 선호도가 높은 티맵 내비게이션은 기본으로 내장돼있다.


인색하게 굴던 앞좌석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도 기본 제공된다. 또 랭글러 최초로 운전석과 조수석에 전동 시트도 처음으로 탑재됐다. 지프 만의 투박한 아날로그 감성을 사랑하던 이들에겐 다소 아쉬운 변화일 수 있으나, 온로드 주행이 대부분인 한국 땅에서 이 정도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지프

연비 역시 상당히 개선됐다. 오프로드 주행과 150km에 달하는 온로드 주행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8.4km/L. 오프로드 주행에서 4L, 4H 기어를 오가며 상당한 힘을 필요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원상 복합연비(7.5km/L) 보다도 훨씬 준수한 수치를 보여줬다.


왁스를 끼얹어 거울에 버금갈 정도로 반짝여야 '예쁘다'는 평가를 듣는 자동차 시장에서 언제나 예외인 브랜드. 시승을 마치고 진흙이 잔뜩 튄 랭글러를 보고 있자니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지프의 매력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감성적인 디자인의 이면에 무지막지한 성능이 숨겨져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세차 좀 하라'는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무시 못 할 큰 장점이다.


▲타깃

-때빼고 광내는 건 그만…흠집 걱정없이 타고 싶은 당신


▲주의할 점

-훌륭한 부분변경이지만 '편안한' 지프를 기대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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