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전면 고립 우려, 여객선 공영제 불지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0.29 13:23  수정 2025.10.29 13:23

12월 울릉도행 여객선 전면 중단

이동 제한으로 주민 불편 커질 듯

섬·도서 지역 여객선 적자 불가피

“공영제로 주민 기본권 보장해야”

울릉~포항 여객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뉴시스

오는 12월 울릉도행 뱃길이 모두 끊어질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여객선 공영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도서 지역 등 경제적으로 여객선 운영이 어려운 노선을 정부가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경북 울릉군은 최근 강원과 경북 지역에서 오가는 4개 여객 노선 모두 운영 적자와 선박 정기 검사 등이 겹치면서 오는 12월 여객선 운항 전면 중단이 예고된 상태다.


여객선 운항이 모두 중단되면 관광객은 뒤로하고 울릉군 주민 생활이 직접 피해를 보게 된다. 생필품 공급과 응급환자 이송 등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강릉이나 묵호 노선은 원래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구간이라 겨울철에는 휴항하기 때문에 (여객선이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포항~울릉 구간) 1만2000t급 여객선이 정기 검사를 받게 되면 그 시기에 다닐 배가 지금으로서는 없는 게 된다”고 우려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포항 노선은 지금 388t(442명 승선) 정도 쾌속선이 적자를 이유로 운항을 안 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 투입하는 방법을 (선사와) 1차 대안으로 협의 중”이라며 “2차 대안은 울릉크루즈 계열사 독도크루즈가 독도~울릉 노선에 364t(444명 승선) 규모 쾌속선도 운영 중인데, 이 노선은 겨울철에 운영을 안 하니까 울릉크루즈 휴항 기간 대체 운항하는 방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연안여객선은 대부분 영세한 민간 선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2025년 9월 현재 전체 54개 여객선운송업체 중 18개 업체가 10억 미만 자본금으로 운영 중이다. 선령(船齡)도 2023년 기준 20년을 넘긴 선박이 31척에 이른다. 언제든지 운영 적자를 이유로, 선박 고장을 원인으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여객선 운항 중단으로 섬 주민 고립 상황이 현실화하자 ‘공영제’ 확대 적용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객선 공영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여객선을 직접 운영해 격지 도서 등에 대한 해상교통 접근성을 높이고 여객 운송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도서 지역 주민 정주권과 이동권 보호, 생활 여건 개선 등을 이유로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소한의 교통망은 국가가 책임져야”


지난달 3일에는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도 열렸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이 주최한 ‘섬 주민 교통권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장철호 한국섬진흥원 부연구위원은 연안여객선이 단순한 민간 수송 수단이 아니라 섬 주민 생존과 생활을 지탱하는 국가기간교통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삼석 국회의원 주최, 해양수산부‧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공동 후원으로 열린 ‘섬 주민 교통권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부, 학계, 업계 등 토론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장 부연구위원은 섬 인구 감소와 고령화, 민간 중심 지원체계 한계 등을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연안여객선 공영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공공서비스 의무제를 소개하며 노르웨이와 이탈리아가 해상교통을 국가 공공서비스로 규정, 정기적 운항과 일정 수준 요금을 직접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이를 섬 주민 교통권을 ‘기본교통권’으로 제도화한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한국도 최소한의 교통망을 국가 책임으로 보장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문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운항본부장은 “국가보조항로의 공공 전환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박 운영비를 절감해 안전과 서비스에 재투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공영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정부가 여객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경우 민간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기획재정부는 국가 또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항로를 기관·단체 등에 위탁하는 경우 공적 역할 확대로 인한 민간 여객시장 축소가 우려돼 수용이 어럽다는 입장이다.


한편, 윤승철 무인도섬테마연구소 대표는 언론 기고를 통해 “섬 주민들에게 여객선은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생존권, 이동권, 안전권,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와 직결된다”며 “여객선 공영제는 당연히 누려야 할 이동권 보장과 더불어 해상 안전에 이바지하는 바도 크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현재 일부 지자체가 시내버스와 같이 연안여객선 준공영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제도적으로 지자체는 여객선 항로와 운임에 대한 인·면허권이 없어 운항 계통 서비스 개선이나 운항 적자 관리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재정지원만 늘리는 준공영제는 결국 민간 선사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고, 서비스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운영 적자까지 공공이 모두 떠안게 되는 구조로 귀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준공영제의 한계를 넘어 공공이 직접 항로와 운임을 관리하고 서비스 품질을 책임지는 공영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여객선 공영제는 섬과 육지를 잇는 선박을 안전하고 합리적인 대중교통으로 자리매김하게 해 섬 주민의 이동권 보장은 물론, 국민 모두의 편리한 접근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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