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급등·中 독점 흔들...조선3사 ‘탱커시장’ 파고든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9.23 13:32  수정 2025.09.23 13:33

VLCC 운임 3개월 새 272% 급등…선주사 발주 확대

노후 선박 교체 불가피…환경 규제도 수요 증가 불러

美 제재에 中 입지 약화…한국, 틈새시장 기회 잡아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한화오션

글로벌 원유 운반선(탱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운임이 급등하면서 그동안 중국이 사실상 독점해온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 한국 조선 ‘빅3’가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며 비주력 선종에서 활로를 넓히는 모습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온 탱커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탱커 중 가장 대형 선종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의 주간 평균 수익은 지난 19일 기준 9만426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초(2만5344달러) 대비 272% 폭등한 수치다. 같은 기간 두 번째로 큰 선종인 수에즈막스급 탱커 운임도 91% 치솟으며 강세를 이어갔다.


하반기 탱커 운임 강세는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의 증산 움직임과 러시아 제재로 인한 운항 거리 증가, 겨울 성수기 진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조선업계도 기회를 잡았다. 운임 상승으로 수익을 낸 선주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에 나서면서 국내 조선 3사가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그리스 선주사로부터 수에즈막스 2척을 수주했고, 삼성중공업도 그리스 선주사와 4척 규모의 수에즈맥스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한화오션 역시 그리스 선사로부터 VLCC 1척을 추가 확보했다. 중국의 저가 전략이 흔들리자 국내 조선사들이 틈새를 파고든 셈이다.


시장 구조도 한국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세계 VLCC 수주잔고는 전체 선대의 12.3%에 불과해 여전히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반면 탱커의 평균 선령은 12.8년으로 25년 만에 최고치다. 폐선 연령도 28.1년까지 늘어나 심각한 고령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규 발주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2020년 이후 폐선된 VLCC는 전 세계에서 11척에 불과하다. 전 세계가 사실상 ‘노후 선박’을 무리하게 굴리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 규제 요인도 신규 발주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건조 중인 VLCC 중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이중연료(DF) 엔진을 장착한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규제를 앞두고 친환경 엔진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조선사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다음 달 14일부터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재로 중국 조선사 건조 선박은 미국 입항 시 추가 비용이 부과된다. 공급 부족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한국 조선사의 반사 이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한국의 VLCC 수주 점유율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57%로 뛰었고, 수에즈막스도 같은 기간 44%에서 68%로 높아졌다.


현존하는 전 세계 VLCC의 절반 가까이는 이미 한국 대형사가 건조했다. 한화오션이 20%로 가장 많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14%, 11%를 차지한다. 수에즈막스 역시 한국 조선사가 60%를 맡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이 19%로 최다 인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 매출의 절반은 LNG 운반선이 차지하지만, 모든 슬롯(선박 건조 공간)을 LNG로만 채울 수는 없어 탱커는 적정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선종”이라며 “탱커는 비교적 단순 선종이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지만, 최근 조선사들이 해외 야드(yard·조선소 일대)를 활용해 인건비 절감에 나서면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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