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환경단체와 녹조 독소 공동조사
환경과학원, 경북대 조사기관으로 참여
낙동강 본류 5개 지점서 각 4회 조사
“4대강 재자연화 과정, 상호 불신 없어야”
낙동강 일대 녹조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사람 콧속에서 정말 녹조 독소 성분이 발견됐을까? 정부와 환경단체가 각각 다른 주장을 하는 가운데 양측 합동 조사로 명확한 사실 관계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15일 오후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낙동강 녹조 심화 지역(경남 창원시 본포수변공원)에서 조류 독소(녹조) 공동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올해 안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부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인근 주민 2명 중 1명의 콧속에서 신경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등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회견을 열고 ‘사람 콧속 녹조(유해 남세균) 독소 검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낙동강 중하류 권역 주요 녹조 발생 지역에서 2㎞ 이내 거주민과 어민, 농민 등 9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19일∼9월 12일 이뤄졌다.
조사 결과 대상자 97명 중 46명(47.4%)의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 성분은 신경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34명(73.9%)에서 마이크로시스틴 중 독성이 가장 강한 마이크로시스틴-LR(MC-LR) 성분이 나왔다.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46명 중 40명의 증상은 재채기가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눈 가려움증·이상 눈물 분비 등 눈 증상이 21명, 콧물 18명 등이었다.
환경단체는 “사람 코에서 대표적인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은 녹조 독소가 인체에 유입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번 민간 전문가 조사 결과는 녹조 에어로졸이 녹조 독소의 인체 유입에 있어 중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와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은 그동안 환경부가 진행해 온 조사 결과와 배치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낙동강과 금강 녹조 발생 지점 공기를 포집해 분석한 바 있다. 당시 모든 조사 지점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한계 미만으로 ‘불검출’ 됐다고 결론 내렸다. 환경과학원은 앞서 2022년과 2023년 검사를 진행했는데, 당시에도 공기 중 조류 독소는 불검출됐다.
환경부는 환경단체 조사 결과에 대해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것이 맞는다면) 어떤 경로로 노출됐는지 파악이 필요하다”며 “사람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외국 사례를 보면 (녹조가 발생한 물에서) 어업이나 수영 등 친수 활동을 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환경단체 조사 결과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게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낙동강 녹조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강물을 채수하고 있다. ⓒ뉴시스
환경부에 대한 불신으로 공동조사 거부해 온 환경단체
환경부는 공기 중 조류 독소가 불검출됐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환경단체에 공동 조사를 제안했다.
환경부는 먼저 공기 중 조류 독소가 존재하는지를 조사하고 존재한다면 유해성을 조사하는 방향으로 환경단체와 협의할 예정이었다. 지역 주민 건강 보호를 위해 비강 내 조류 독소 존재 여부 및 유해성 조사를 함께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협의 방향을 수정했다.
그동안 환경단체는 환경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공기 중 조류독소가 검출된다는 점은 세계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면서 “세계적으로 (공기 중 조류독소가) 다 나오는데 환경부만 검출되지 않는다고 하는 상황인 만큼 공동 조사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환경부 스스로 왜 조사 결과가 다른지 확인할 상황”이라고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강 전체가 녹조로 덮였는데 공기 중 조류독소는 검출되지 않거나 검출한계 미만으로 나왔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며 “(공동 조사를 위해선) 환경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이번 공동 조사에 합의했다.
조사는 환경부와 환경단체 협의에 따라 국립환경과학원과 경북대학교가 조사기관으로 참여해 동일한 조사 지점과 방법으로 진행한다.
공기 중 시료 채취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맡고 시료 내에 조류 독소 분석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에서 진행한다.
조사 대상은 낙동강 본류 구간 5개 지점(지점당 4회)이다. 각 지점에서 원수와 공기 중 조류독소를 모두 조사할 예정이다.
시료 채취는 국립환경과학원과 경북대학교가 이달 안으로 완료하고 시료에 대한 분석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조류독소 조사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원수(原水), 공기 중 등에 대한 조류독소 공동 조사 방향을 협의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관계 기관, 시민사회 및 전문가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녹조 문제 해법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장은 “그동안 환경부에 대한 정책 신뢰 문제 때문에 공동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시대가 변했고 정부에서도 4대강 재자연화에 관해 의지를 보이면서 (공동조사 의지가) 달라지게 됐다”며 “이번 조사는 조사 결과에 대한 논쟁보다는 앞으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같이 고민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희송 환경부 물환경정책관 또한 “내년에도 공동 조사를 진행하는 부분은 아직 예산 등이 확정되지 않아 확실히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 “언론 공개 조사로 투명성도 키워서 국민께서 녹조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정책을 잘 챙겨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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