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바뀌는 담배 정의?…합성니코틴 규제 법안, 험로 예고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9.10 10:29  수정 2025.09.10 16:48

소위 논의 또 미뤄진 담배사업법 개정안

합성니코틴, 세금·규제 밖에 놓인 현실

상임위 넘어도 남은 절차…정기국회 처리 불투명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 앞두고 드러난 사각지대

서울 한 대형마트 담배판매 코너의 모습.ⓒ뉴시스

과세 대상인 담배의 기준을 천연니코틴인 연초의 잎에서 합성니코틴까지 확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또다시 미뤄졌다. 당초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앞선 법안 논의가 길어지면서 뒤로 밀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9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어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앞선 안건 심의가 길어지며 결국 다루지 못했다. 개정안은 담배의 정의를 기존 ‘연초’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해 합성니코틴 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이었다.


현행법상 세금이 부과되는 건 연초의 잎을 원료로 생산한 담배뿐이다. 법률상 합성니코틴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담뱃세와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경고문구 표시, 광고 제한, 온라인 판매 제한 등 규제 역시 적용되지 않고 청소년 판매를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 20·21대 국회에서도 담배의 정의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올 2월에도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기재위 여야 간사들이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소상공인인 액상전자담배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임위 논의를 통해 합성니코틴 제품의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합성니코틴이 담배로 규정되면 세금 부과로 가격은 오르겠지만, 동시에 불법 논란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안 처리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경제재정소위원회서 법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이후에도 기재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절차 등이 남았다. 여야 협상 상황과 업계 반발 등 변수가 산적한 만큼 정기국회 내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합성니코틴은 규제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더라도, 니코틴과 유사한 화학물질인 ‘유사니코틴’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보호와 공중보건 차원에서 유사니코틴까지 포괄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실질적으로 현실에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감시 감독이 필요하다. 단순 법 조항 삽입이 아니라 유통 채널 관리, 유해성 정보 안내 의무화 등 보완이 시급하다”며 “해외에서도 단순히 담배와 동일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위해성 평가와 유통 관리 중심으로 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가게에서 직원이 액상 담배용 액상을 들어보이고 있다.ⓒ뉴시스

담배를 둘러싼 규제는 유독 허점이 많다. 오는 11월1일부터 ‘담배유해성관리법’이 시행되지만 사각지대 투성이다. 하반기를 기점으로 담배 속 유해 성분 공개를 의무화 될 예정이나, 연초 담배에만 적용돼 합성니코틴·유사니코틴 제품은 여전히 규제 밖에 있다.


‘담배유해성관리법’은 보건복지부 소관 법으로, 담배 제조·수입업자가 제품 속 유해 성분을 측정해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담배에 포함된 유해 성분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이는 현재 논의 중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관인 담배사업법 개정안과는 결이 다르다. 해당 법안은 담배의 정의 자체를 손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초만 담배로 규정하던 것을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까지 제도권에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개정안과 논의 중인 법안 모두 핵심을 빼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의중인 개정안에는 유사 니코틴을 포함하지 않았고, 유해 성분 공개 역시 합성 니코틴 같은 신종 제품은 빠져 있어 벌써부터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사니코틴이나 무니코틴은 제도권 밖에 있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유해성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제품이 일반 담배보다 결코 덜 해롭지 않고, 오히려 아무나 제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담배사업법뿐만 아니라 담배유해성관리법까지 포괄적인 시선 안에서 규제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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