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을 주도하는 파워는 배우다. 배우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여전히 출연자가 집중되는 분위기다. 창작자에 대한 관심,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아쉬웠다. 박천휴 작가가 창작자로서 유명해지면서 IP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MBC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의 이 말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오랜 현실과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동시에 짚는다. 스타 배우의 티켓 파워가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제작비 상승, 특정 배우에게 편중된 캐스팅, 작품 자체의 매력보다 팬덤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 겸 연출가 박천휴와 그의 작품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수상은 ‘배우’라는 흥행 공식에 익숙했던 시장에 ‘창작자’와 ‘IP’(지식재산권)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한 제작사 대표는 “스타 캐스팅은 단기적인 흥행을 보장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작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창작 생태계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스타 배우의 높은 개런티는 티켓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관객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IP’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IP는 특정 배우에 의존하지 않고 작품 자체의 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성공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와 같은 작품들은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출연 배우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작품의 이름만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다.
박천휴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스타 캐스팅 없이 오직 작품의 완성도와 감성적인 스토리, 아름다운 음악만으로 한국과 미국 브로드웨이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다. 이는 곧 좋은 창작자와 잘 만들어진 IP가 있다면, 배우의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그의 성공은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힘”이라는 뮤지컬계의 오랜 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박천휴 작가의 작업 방식은 철저히 창작자와 작품 자체에 집중되어 있다. 그는 ‘어쩌면 해피엔딩’을 비롯해 ‘고스트 베이커리’ ‘번지점프를 하다’ ‘일 테노레’ 등 다수의 작품에서 작곡가 윌 애런슨과 호흡을 맞추며, 배우가 결정되기 전부터 작품의 서사와 음악적 골격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방식은 작품이 특정 배우의 이미지에 갇히는 것을 막고, 오롯이 캐릭터와 이야기가 가진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배우 중심의 시장 구조에 안주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한 창작자가 이뤄낸 쾌거다. 박천휴가 연 변화의 문은 이제 시작이다. 그의 성공을 발판 삼아 더 많은 창작자들이 존중받고, 작품 그 자체로 평가받는 건강한 뮤지컬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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