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전면 나선 LH…재정적자·구조개혁 선결 우선 [9.7 주택공급대책]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5.09.08 15:43  수정 2025.09.08 16:04

LH, 시행부터 분양까지…공공주택 공급 ‘선봉’

역할 확대에 재정 부담·조직 비대화 불가피

‘새판 짜기’ 실행력 의문…수장 공백도 우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지난 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면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7일 ‘공공성’에 방점을 찍은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면에 나서게 됐지만 실현 가능성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그동안 토지 매각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LH가 직접 택지에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방식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공급 물량이나 재원 조달 방안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재정적자와 구조개혁 과제까지 안고 있어 시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7일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한 이후 LH의 직접 시행의 세부적인 사항을 결정할 LH 개혁위원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전날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공개한 약 135만 가구 주택 공급 확대방안의 핵심이 LH 주도하에 수도권에 임대 및 분양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LH는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적자를 메꿔왔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LH가 직접 개발을 시행해 분양까지 진행해 공공이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체계로 전환한다.


LH는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6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한다. 각각 직접 시행에 따른 전환분 5만3000가구, 용적률 상향 등 토지이용 효율화 조치에 따른 추가 확보분 7000가구가 포함됐다. 또 신도시 비주택용지 중 주택 전환(1만5000가구) 등을 통해 5년 간 12만1000가구를 추가 착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LH 개혁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공급 계획, 공급 유형(공공분양·임대), 재원 마련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신속한 공급 효과가 기대되지만 LH의 구체적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LH는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주도했지만 아직까지 착공에 들어간 사례는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턴키(Turn-Key) 방식으로 100% 외주처리한다는 것인지, 지금처럼 LH직원이 현장에서 일부 프로젝트매니저(PM)역할을 한다는 것인지에 따라 LH에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게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의 적자 부분을 메꾸면서도 직접 시행을 통해 얼마 만큼의 주택공급 가격의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남 진주시 소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전경. ⓒ뉴시스

재정 부담도 도마 위에 올랐다. LH가 직접 시행에 나서려면 우선 토지 보상부터 이뤄져야 하지만 LH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60조원을 넘어섰다. 비금융 공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부채비율도 218%에 달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상태다.


주거복지사업만으로도 연간 2조원 가량의 적자가 쌓이는 구조에서 적자 보전은 커녕 개발비까지 어떻게 조달할 지가 과제로 떠오른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정부 자금 투입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 인력 확충과 예산 배분은 LH 개혁위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LH 혁신을 위해 LH 개혁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과 임재만 세종대 교수가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LH개혁위는 ▲사업 부문별 사업방식 개편 ▲LH의 기능·역할 재정립 ▲재무 건전성 확보 및 책임 경영 체계 확립 등을 과제로 설정했다. 향후 사업방식 개편과 기능·역할 재정립, 재무건전성 확보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지만 이제 시작 단계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청사진을 실행할 LH 수장이 사실상 공석인 점도 변수다. 이전 정부가 선임한 이한준 사장은 지난달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나 현재까지 국토부가 사표를 공식 수리하지 않았다. 구조개혁을 꾀하면서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수장 선임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토부 산하기관 한 관계자는 “역대 정권마다 LH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LH가 전면에 나서서 주택공급을 실행하는 밑그림은 이례적”이라며 “정부의 주택공급 방침대로라면 오히려 인력과 예산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당초 개혁 취지와 달리 조직 비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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