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페트병 규제 본격화 되나…다시 쏠린 ‘시선’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9.03 07:09  수정 2025.09.0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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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규제가 본격화…맥주 페트병, 재활용 뒷전

자율 협약 무산에 잇단 실험 실패…“친환경 전환 험로”

서울의 한 마트 맥주 진열대의 모습.ⓒ뉴시스

친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주류업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환경부가 플라스틱 감축 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면서다. 주류업계는 당장은 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맥주 페트병 사용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안심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생수·비알코올 음료업체 페트병 제품의 10% 이상을 재생원료로 생산하도록 의무화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당초 원료 생산업체 대상으로 3%의 재생원료 사용의무를 부여했으나, 실효성이 낮아 적용범위·이용목표율을 확대했다.


이번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환경부 추정대로라면 현재 페트병 먹는샘물·음료류 제조사 10여 곳으로, 법령 시행시 연간 2만톤의 재생 원료가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변화에 발맞춰 이미 일부 생수·음료업체들은 주요 제품에 재생원료를 접목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LG생활건강, 제주개발공사, 동아오츠카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일찌감치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주류업계다. 맥주 페트병 사용 비중이 높아 향후 규제 확대 가능성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연간 맥주 페트병 매출 비중은 15% 내외로 적지 않다.


실제로 생수·음료업체와 같은 페트병을 쓰면서도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경감을 위해서는 주류업계도 동참을 해야 하는데,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2023년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페트 포장재가 리뉴얼 된 모습ⓒ롯데칠성음료

현재 주류업계는 일부 맥주를 페트병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맥주를 페트병에 담아 판매하는 이유는 생산 단가가 낮고 유리병보다 가벼워 운송 부담이 적은 데다, 깨질 염려가 없어 야외 행사 등 다양한 유통 환경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휴대성과 안정성 등 현실적 요인도 적지 않다. 캠핑이나 피크닉 등 야외 소비가 많은 시장에서 페트병은 소비자 편의 측면에서도 선호된다. 아울러 라벨 디자인 등 마케팅 활용도 높다. 유리병보다 라벨 부착 면적이 커서 브랜드 로고, 색상, 이미지 등을 강조하기 쉽다.


주류업계는 페트병 중에서도 주로 갈색이나 초록색 페트병에 맥주를 담아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품질 관리상의 이유가 크다. 맥주는 빛과 산소에 취약한데, 자외선이 투과될 경우 ‘이취(off-flavor)’가 발생해 맛과 향이 쉽게 변질되기 쉽다.


특히 효모와 홉 성분이 햇빛과 반응하면 특유의 쓴내나 불쾌한 냄새가 생겨 상품성이 떨어진다. 갈색 페트병은 이러한 광분해를 막아 품질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는 햇빛과 산소에 민감해 투명 페트병으로는 맛과 향을 지키기 어려워져 소비자가 원하는 신선한 맛을 유지하려면 갈색 페트병이 사실상 최선의 선택이다”며 “투명페트를 적용하더라도 유통상의 문제가 생길 우려가 커 적용이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갈색이나 초록색 페트병 역시 재활용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뒤따른다. 색소가 섞여 있어 고품질 재생원료로 활용하기 어려운 데다, 선별 과정에서 비용과 폐기율이 높다. 글로벌 트렌드가 무색 페트 일원화로 가는 상황에서 역행한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재생원료를 적용한 필라이트 1.6L 제품 이미지.ⓒ하이트진로
◇ 맥주 페트병, 사각지대 ‘눈총’…여전히 ‘무한연구’ 답보상태


이 때문에 국내 주류 기업으로서는 롯데칠성음료만이 투병 페트병을 내놓은 상태다. 2021년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420ml 투명 페트를 출시했고, 2023년에는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페트 포장재를 리뉴얼하며 나일론 층 없는 구조로 에코라벨을 적용했다. 이어 2024년에는 크러시 투명 페트를 선보이며 투명 페트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투명페트병을 적용했을 때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산소차단제’를 적용해 맥주 품질 유지하는데 힘썼다”며 “이 기술로 인해 지난해에는 국무총리상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제외한 주류업계는 맥주 페트병의 투명 용기 전약속했던 자율 협약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지난 2018년, 국내 주요 맥주사는 2024년 말까지 갈색 페트병을 투명 용기로 바꾸겠다고 정부와 손잡았지만, 시한을 앞두고 “기술적 한계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페트병의 재질·구조를 캔이나 유리병 등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재활용 여건이 변경되거나 패키징 기술 발전 등 이행 여건의 변화가 있을 경우 개선 기간을 앞당기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보다 더 험난했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차단막 소재를 적용한 페트 실증 실험을 진행했지만, 빛 차단성과 병 외관 품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듬해 신소재 코팅 기술도 대용량 제품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오비맥주 역시 2021~2022년 대용량 캔 도입과 재생원료 활용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소비자 선호 부족과 내압 저하, 물성 약화 등 난관에 부딪혀 결국 포기했다. 2024년 역시 두 차례 추가 실험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주류업계의 친환경 포장 전환은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업계는 “다양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가 문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도 얽혀있어 문제 해결이 단순하지 않다.


다만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하이트진로는 내년 의무 사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지난 7월부터 ‘필라이트 1.6L’ 페트 제품에 재생원료를 적용했다. 연말까지 맥주 페트 전 제품으로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현재 투명병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투명·단일막 구조로는 탄산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며 “투명·3중막 페트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재활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재활용 업계의 우려로 다른 대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통 과정에서 보관 환경이 일정하지 않은 점, 제품 품질 안정성과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향후 ESG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 포장재 및 폐기물 관리, 수자원 보호와 생태계 보존을 위해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도 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바이오가스)을 회수 및 정제하여 스팀 보일러의 연료로 활용함으로써, 기존에 사용하던 LNG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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