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기업의 낮은 공모가…코스피 상장 시동 건 명인제약의 '셈법'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9.01 14:03  수정 2025.09.01 16:04

'이가탄' 명인제약, 올 가을 코스피 상장 준비

기업 가치에 비해 낮게 책정한 공모가

불거진 오너 2세 승계 논란…"관계 없어"

명인제약 본사 ⓒ명인제약

‘이가탄’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중견 제약사 명인제약이 올해 가을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조현병, 우울증 치료제 등 중추신경계(CNS) 부문에서 국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알짜 기업이지만,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시장의 시선은 ‘성장 전략’보다는 ‘오너 승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지난달 2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명인제약은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 18일부터 19일까지는 일반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통상 상장에 나선 기업은 기업 가치 대비 가능한 높은 수준의 공모가를 추구하지만, 명인제약은 오히려 낮은 공고가를 책정해 시장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명인제약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 밴드는 4만5000~5만8000원으로, 총 공모 금액은 1530억~1972억원 수준이다. 이는 시장에서 거론되던 기업 가치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희망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명인제약은 주당 평가액에 동종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32.2~47.4%의 이례적인 할인율을 적용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치배수(EV/EBITDA)를 활용한 명인제약의 당초 주당 평가액은 8만5500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3년간 상장한 국내 기업들의 평균 할인율이 19.9~32.8%였던 점을 고려했을 때 스스로 몸값을 대폭 내린 셈이다.


40년간 비상장 체제를 유지하던 명인제약이 IPO에 나서는 근본적인 배경으로 수천억원에 달할 상속세 부담이 지목된다. 기업가치가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상속이 이뤄질 경우, 최대주주 할증과세가 적용돼 상속세율이 60%에 달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세금 부담을 줄일 핵심 제도인 ‘가업 승계 공제’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창업주의 두 딸이 10년 이상 직접 경영이라는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업주 이행명 회장의 장녀 이선영씨는 지난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으나 1년 만에 물러났고, 차녀 이자영 씨는 개인 회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을 운영 중이다.


결국 IPO를 통해 상장사가 되면 비상장 주식 평가방식(순자산·이익가치) 대신 시장 주가로 상속세가 매겨지므로, 의도대로 낮은 주가가 형성된다면 상속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IPO를 오너 2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장 초기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형성하면 향후 오너 일가가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명인제약은 창업주인 이행명 회장과 두 딸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95%에 달하는 사실상의 가족 기업이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명인제약 사례를 부자 감세 사례로 짚어 언급했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세미나에서 “40년 동안 비상장사로 운영하다가 승계를 할 때가 되니까 상장을 추진한다”며 “상장사는 주가로만 평가를 하다 보니 비상장사가 증여세를 낮추려고 상장을 한 뒤 주가를 억누른다”고 지적했다.


명인제약 측은 이번 IPO를 통한 자금 조달 목적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해외 진출에 있다고 설명한다. 명인제약은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 가운데 1085억원을 시설 투자, 350억원을 신약 개발, 50억원을 신기술 도입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명인제약은 이미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현금 부자’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명인제약이 보유한 이익잉여금은 약 5300억원에 달하며,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만 3400억원 수준이다. 굳이 통상적인 수준을 크게 웃도는 할인률을 적용하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개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회사측이 제시한 IPO 배경의 타당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명인제약의 매출액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2년 4.71%, 2023년 4.08%, 지난해 4.05%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일반 중견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0%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의혹에 관해 명인제약 측은 ‘승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낮은 공모가는)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투자자들이게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장 배경 또한 글로벌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승계 논란과는 별개로 증권가에서는 명인제약의 공모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국내 증권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높은 수익성을 갖췄음에도 비교적 낮은 공모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며 “상장 이후 주가 상승 여력이 높을 것으로 기대,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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