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월 중 석유화학 구조조정 대책 발표…신속한 구조조정 유도
중국발 공급과잉 등에 여천NCC 등 수익성 급격히 악화
여천NCC, 대주주 간의 갈등으로 민간 주도 구조조정 한계 드러내
업계, 이미 공장 셧다운 등 자구책 시행…정부 개입 필요성 커져
한때 '연봉 1위' 기업으로 불리던 여천NCC의 추락이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신호탄이 됐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내부 문제로 촉발된 업계 전반의 위기가 한계에 다다르자 정부가 이달 중 기업의 자율적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을 마련해 관계부처와 업계와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정부는 늦어도 이달 안에 대책을 공식 발표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석화산업이 상당히 큰 위기”라며 신속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달 중 발표될 정부의 석유화학 대책은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기업결합심사를 단축하고 정보 교환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 자발적 사업 정리, 인수·합병(M&A) 등 기업들의 신속한 결정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단순 방향 제시를 넘어 산업부가 기업들과 조율한 개별 기업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목표치와 업계의 적정 설비 가동 계획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최근 LG화학 등 업계의 자구 노력에 정부가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경고등'이 된 여천NCC의 추락
이번 정부의 움직임은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절반씩 출자한 합작법인 여천NCC의 위기가 석유화학 구조조정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천NCC는 2016년까지만 해도 국내 500대 기업 중 최고 연봉을 기록했으며 당시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석유화학 기업이 차지할 정도로 업계는 호황을 누렸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상황은 급반전됐다. 현재 업계 설비 가동률은 전반적으로 수익 마지노선 아래로 떨어졌으며 여천NCC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내몰리며 화두에 올랐다. 여천NCC는 지난 3년간 82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으며 핵심 생산 설비인 3공장의 가동까지 중단했다.
여천NCC를 비롯한 업계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 공급과잉이다. 과거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고 저가 물량을 쏟아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여천NCC는 합작법인의 구조적 취약점도 노출됐다. 긴급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두 대주주가 책임과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신속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양사의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은 껐지만, 민간 주도 재편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 역시 지금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김용진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급하게 나서게 된 이유가 여천NCC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일로 정부가 조금은 긴장한 것 같다"고 봤다. 김 교수는"(그동안 정부는) 국내 제조업 생산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대표적인 무역흑자 산업인 석유화학 산업의 생산과 무역이 2023년부터 급격히 줄었는데도 관심이 적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의 위기와 현재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글로벌 경제 위기나 코로나와 같이 외부 요인 때문에 석유화학 업계가 힘들었던 반면, 현재 위기는 석유화학 자체의 경쟁력 저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미 공장 셧다운 등 자구책을 실행하고 있어 지금은 정부가 움직여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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